위험한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 당국 무대책

입력 2012-12-26 19:52

대규모 해외원정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개선 등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조작을 한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환자들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줄기세포 시술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개별 환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이다. 정부가 행정 제재 대신 대국민 설득을 먼저 하는 건 규제책이 마땅치 않아서다.

원정 치료를 감행한 업체가 감독당국에 적발된 건 이미 2년 전인 2010년 말이었다. 바이오업체 R사는 당시 국내 5개 병원에서 줄기세포치료제를 투여하다 적발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으로 이듬해 1월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이 업체는 처벌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장소를 해외로 옮겨 더 큰 규모로 의료행위를 계속해온 것이다.

현행법상 환자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그대로 주입하는 경우에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일본에서 사용된 줄기세포치료제는 본인의 지방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하되 배양과정을 거치므로 의약품으로 간주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세포유전자치료제과 박윤주 과장은 “배양·증식이 진행될수록 유전자는 불안정해지고 변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드시 1(독성)·2(용량)·3(유효율실험)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판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경고한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는 “줄기세포치료제는 배양과정에서 세균에 감염된 치료제가 암으로 성장하거나 폐동맥경색증 혹은 이상면역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R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행정조치 등 다양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선 고발 건에 대해 이미 검찰이 결정을 미룬 상황에서 추가 수사의뢰는 당분간 제재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여름 R사가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한시적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행정처분도 여의치 않다.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줄기세포의 추출, 배양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일본 정부 협조 없이는 사실관계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식약청 관계자는 “R사의 경우 현재 3건의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일본에서 사용된 치료제 중 만약 임상시험 약품 3개가 포함됐다면 임상시험 프로토콜 위반으로 중지처분 정도의 제재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