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생정신건강 전수조사 결과 또 발표 미뤄… 9개월째 차일피일 ‘교육현장 혼란’
입력 2012-12-26 19:53
올해 말로 예정됐던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학생정신검사)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내년 초로 미뤄진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대구 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올해 처음 실시된 전수조사는 졸속 추진 논란 속에 당초 6월 완료 목표에서 두 차례나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수조사를 9개월째 만지작거리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수조사 결과는 내년 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맞춰 제도 개선책과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 공약집에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사후 관리 강화’라고 언급돼 있어 제도 개선책은 주로 상담인력·기관 확충을 비롯한 사후 관리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내년으로 발표가 미뤄진 데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현장에서 취합이 안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조사 착수 후 9개월 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검사 진행 과정에서 정신관리군(1단계)이 23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과도하게 많은 수치가 나오자 당황한 교과부가 발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검사 도구의 신뢰도 문제와 검사 진행자(일선 교사)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한 일선 학교 상담교사는 “장난으로 답변을 해 정작 관리가 필요한 학생은 빠지고 엉뚱한 학생이 관리 대상으로 들어간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졸속 검사로 애꿎은 학생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겼다는 비판을 우려해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전수조사를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이 방치되는 점이다. 전남 교육청 소속 상담교사는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관리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훈련된 상담인력이 부족하고, 위센터는 과부하 상태다. 정신병원을 찾는 것은 학부모 설득이 극히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하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대구와 전남지역 위클래스 관계자는 “올해는 정서행동특성검사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검사 인력 부재로 인해 외주업체에 검사를 맡기는 바람에 민감한 학생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등 큰 혼란이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전수조사로 현장의 불만이 많았다.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종합적인 제도개선책과 함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