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경제硏 “日, 유동성 늘려도 엔화 실질가치는 제자리”
입력 2012-12-26 19:40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공격적 통화 공급 정책에도 엔화의 실질가치는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한데 겹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있어 돈을 풀어도 효과를 못 본다는 분석이다.
26일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발표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말 현재 96.8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말(106.6)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의 평균치인 100.3보다 조금 낮을 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 간 물가 차이를 반영해 통화의 실제 가치를 측정한 지표다. 이 수치가 클수록 자국 통화 가치가 높아 수출에 불리하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9년 이후 96∼106 사이를 오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엔화 강세에 직면한 일본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돈을 풀었지만 실질환율 하락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유를 일본의 고질적 디플레이션에서 찾고 있다. 시중에 돈을 풀면 보통 물가가 오르고 돈 가치는 떨어진다. 하지만 일본은 장기 경기침체가 심각한 데다 물가 오름폭이 워낙 낮은 탓에 돈을 늘려도 효과를 못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제한적 양적완화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산 동력이 바닥난 상황에선 돈을 풀어도 경기 부양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세계적 불황으로 경기전망이 어두울 때 기업은 돈이 있어도 투자를 꺼린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지금까지 통화 공급 정책을 펼쳤지만 동력 부족 때문에 물가는 계속 낮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통화 공급을 선언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효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