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뚫고 금고 털 동안 현직 경찰이 망 봤다… 영화 뺨치는 여수 범죄의 재구성

입력 2012-12-26 21:37
지난 9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찰관은 7년 전 여수에서 발생한 은행 현금지급기 절도사건에도 공범으로 참여했던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여수경찰서는 지난 22일 여수시 월하동 삼일동우체국 금고털이 범인으로 용의자 박모(44)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 우체국을 관할하는 삼일파출소 소속 김모(44) 경사를 25일 밤 9시40분쯤 긴급체포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동갑내기로 범행 15일 전 박씨가 운영하는 모 분식점에서 범행을 결의, 실행에 옮겼다.

김 경사는 지난 11월 29일 삼일동우체국 내부에 금융기관 방범진단을 핑계로 들어가 금고가 있는 지점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박씨에게 이를 보여줬다. 범행 당일인 8일 밤 10시쯤 박씨는 택시를 타고 우체국 4㎞ 전쯤인 야산 인근 아파트 진입로에서 내려 논밭을 지나 우체국까지 걸어갔다. 길거리에 설치된 CCTV 등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경사도 같은 시각에 등산복 차림으로 집에서 나와 우체국 인근 공터에서 박씨와 만나 마지막 점검을 끝냈다.

박씨는 이날 밤 11시20분쯤 우체국이 입주해 있는 건물 뒤편 창문을 열고 복도로 침입한 후 우체국 옆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우체국 금고와 맞닿은 식당 벽면의 패널을 함석가위 등으로 도려낸 뒤 산소용접기로 금고 뒤 철판(외판)을 절단해 안에 있던 현금 5213만원을 훔쳤다. 이어 밖에서 망을 보고 있던 김 경사를 만나 훔친 돈을 절반씩 나눈 뒤 헤어졌다.

한편 경찰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2005년 6월 여수시 미평동의 한 은행 현금지급기 절도사건도 이들이 공모한 사건임을 밝혀냈다. 당시 이들은 현금지급기에 맞닿은 식당 벽을 드릴 등으로 뚫어 현금 879만원을 털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범인의 DNA가 박씨의 DNA임을 확인했다. 박씨는 이 사건도 김 경사와 공모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경사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씨 등이 비슷한 수법의 다른 미제사건에도 개입했는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지휘책임을 물어 이날 김재병 여수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해당 보직에 인천지방경찰청 정재윤 생활안전과장을 보임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