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여성들 삶’ 2제] ‘통곡의 벽’서 기도소리 내나… 이스라엘 허용여부 검토
입력 2012-12-26 19:28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이 이스라엘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방식의 기도를 허락할 것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통곡의 벽에서 여성 기도를 제한한 규정을 재검토 중이라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 여성 인권단체가 20년 넘게 요구한 성 평등의 상징이다. 통곡의 벽은 남녀 구역과 출입문이 따로 있으며, 여성은 남성처럼 기도용 숄(탈리트)을 두르거나 율법(토라)을 읽을 수 없다.
하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통곡의 벽은 유대교 분열이 아닌 통합의 원천이 돼야 한다”며 유대기구에 이 같은 금지 규정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여성들이 이곳에서 기도용 숄을 들고 서 있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 이후 나온 첫 번째 전향적 조치다.
당시 인권단체 ‘여성의 벽’ 회원인 라첼 코헨씨 등 4명은 기도용 숄을 벗으라는 경찰 요구를 무시하고 통곡의 벽에 진입하려다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붙잡혔다.
시민운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개혁 성향 유대교 운동의 연합체인 ‘진보적 유대교 기구’는 성명을 통해 “세계 도처에 흩어진 유대인 통합 정책이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이스라엘에서 정작 유대인들이 자유롭게 기도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2000년 5월 대법원이 오랜 관례를 깨고 통곡의 벽에서 여성 기도를 허용하면서 전통적 이스라엘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판결 1주일 만에 이스라엘 의회는 여성이 이곳에서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도하면 중형을 받는 법안을 의결했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