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가요계 ‘강남스타일’ 전세계에 돌풍
입력 2012-12-26 19:18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의 ‘강남스타일’. 올 한 해 가요계를 정리하는 데 있어 어떤 이는 이 노래를 뺀 나머지 모든 곡을 사족처럼 여길 수도 있겠다. 그만큼 ‘강남스타일’의 돌풍은 엄청났다. 팝의 본고장 미국과 영국, 나아가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로 들썩였다. 싸이 외에도 올 가요계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메이저 무대에 진출한 실력파 뮤지션들이 큰 성과를 냈다.
# 전 세계인 춤추게 만든 ‘강남스타일’…실력파 가수들의 약진도 돋보여
7월 15일 발표된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들불처럼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발화점은 뮤직비디오였다. 인터넷엔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이 홍수를 이뤘다. ‘말춤’으로 명명된 코믹 안무는 세계인의 춤이 됐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다인 10억 건 넘게 재생됐다.
전대미문의 열풍은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간 사람들은 싸이가 ‘꿈의 차트’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금주 정상에 오를지 궁금해 했다. 그래미어워드에 ‘강남스타일’이 노미네이트될지 기대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한동윤씨는 “세계인이 ‘강남스타일’로 대동단결한 해”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가 10억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건 세계인 7명 중 1명이 뮤직비디오를 봤다는 얘기잖아요? 현지 공연이나 홍보 활동 없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과 음악만으로 세계적 히트를 친 셈인데, 이런 방식은 앞으로 한류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올해는 실력파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인 해이기도 했다. 특히 상반기엔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얼굴을 알린 이들은 두 장의 음반으로 15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하반기엔 싱어송라이터 나얼(본명 유나얼·34),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출신인 이하이(16), ‘국민 남동생’ 이승기(25) 등 출중한 가창력을 갖춘 가수들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 주춤했던 아이돌 인기
실력파 뮤지션의 약진에 견줬을 때, 아이돌이 거둔 성과는 초라했다. 신인 그룹은 40팀 넘게 나왔지만 눈에 띄는 팀은 없었다. 기성 아이돌 그룹 중엔 빅뱅, 씨스타 등 몇 팀만 체면치레를 했다.
‘아이돌 약세’는 하반기에 더욱 또렷했다. 국내 주요 6개 음악사이트 데이터를 모아 매겨지는 가온차트 주간 순위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7월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후 최근까지 정상을 한 번이라도 밟은 아이돌은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4)과 현아(본명 김현아·20) 뿐이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가요계를 장악한 아이돌의 인기가 이제 사그라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올해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 최정상급 그룹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뜸했다는 점을 들며 ‘아이돌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가요계는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을 중심으로 개편이 돼 있는 상황인 만큼 ‘아이돌 파워’가 떨어졌고 앞으로 퇴조할 것이란 생각은 속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