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방송가 리얼리티·판타지 드라마 봇물
입력 2012-12-26 19:18
올해 드라마 시장을 설명할 키워드를 추리다 보면 아마 두 단어만 남게 될 것이다. 바로 리얼리티와 판타지. 전자는 현실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을, 후자는 판타지 사극이 봇물을 이룬 현상을 반영한다. 반면 예능계는 조용한 편이었다. 2010년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슈퍼스타K 2’, 2011년 가요계를 들썩이게 만든 ‘나는 가수다’ 같은 히트 상품이 올해는 없었다.
# 다양한 드라마로 풍성했던 안방극장…“최고작은 ‘추적자’”
2012년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상영됐다. 권력의 추악한 맨얼굴을 그려낸 ‘추적자’, 의료계의 이면을 폭로한 ‘골든타임’은 리얼한 묘사로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해를 품은 달’ ‘닥터진’ ‘신의’ 등 거의 연중 내내 판타지 사극이 방영됐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특히 ‘타임슬립(Time-Slip·시간여행)’이 가미된 작품이 유독 많았다. 이 밖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같은 정통 멜로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으로 대표되는 가족극 인기도 여전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작은 무엇일까. 본보는 최근 드라마·대중문화 평론가 10명을 상대로 올해 최고의 드라마 두 편씩을 추천해달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은 ‘추적자’(8표). “현실을 묘사한 능력이나 극적 재미가 국내 드라마 수준을 뛰어넘었다”(하재근), “정치 드라마의 한계를 깼다”(이영미)는 격찬이 이어졌다.
두 번째로 많은 평론가들이 꼽은 최고작은 ‘골든타임’(4표)이었다. 드라마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던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없애는 등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깼다는 점, 그러면서 ‘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 등이 호평의 이유였다.
이어 ‘아내의 자격’(3표), ‘넝굴당’(2표),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1표), ‘적도의 남자’(1표), ‘응답하라 1997’(1표)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들 작품 중 1990년대 문화를 재현한 ‘응답하라 1997’은 영화 ‘건축학개론’과 함께 올해 ‘90년대 복고 열풍’의 도화선이 되면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 고요했던 예능계…‘개그콘서트’만 건재 과시
예능계는 예년에 비해 화제작이 드물었다. 기존 인기 예능 프로그램마저도 멤버 교체로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방송사 노동조합 파업의 여파로 장기간 결방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예컨대 ‘국민 예능’으로 통한 ‘해피 선데이-1박2일’은 지난 3월 멤버 교체로 시청률이 급감하는 사태를 맞았다.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무한도전’은 파업으로 24주간 결방됐으며, ‘슈퍼스타K 4’도 시청률이 전작에 비해 2% 포인트 넘게 떨어지고 화제성도 덜했다.
참신한 포맷의 신설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힘든 한 해였다. 톱스타 고현정을 앞세운 ‘고쇼’, 주병진이 12년 만에 복귀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 등은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반면 ‘개그콘서트’는 수많은 유행어를 낳고 시청률이 20%를 넘나들며 명성을 이어갔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올해 예능계는 휴지기(休止期)였다”며 “트렌드를 바꿔놓는 프로그램이나 인물이 나오지 않았고, 예능의 패러다임도 바뀐 게 없었다”고 평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공희정 김교석 김선영 신주진
윤석진 윤이나 이영미 정덕현
정석희 하재근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