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낙하산 인사, 제도로 근절하라

입력 2012-12-26 21:2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며 “이런 일은 국민께도 부담이 되는 거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니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몇 달 앞두고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최근 낙하산 인사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MB정부는 학연, 지연 등으로 웬만한 공기업·공공기관 임원 자리는 싹쓸이하다시피 해 임기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달 들어 청와대 비서관 출신 5명이 한국감정원 등의 감사나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7일에는 산업자원부 출신 차관이 한국전력 사장에 선임됐다. 경영선진화를 내세우며 한전은 그동안 LG전자 출신 김쌍수, 현대건설 출신 김중겸씨 등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으나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자 관료 출신 인사를 다시 앉혔다.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 당국 출신의 감사, 사외이사들이 은행의 비리와 부실을 감시하기는커녕 감독 당국에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운영과 부채 증가도 낙하산 인사에서 초래됐다. 전문성이 없고 정부에 시혜를 입은 인사들이 CEO나 임원 자리를 꿰차다 보니 정부에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민간 기업만큼 경쟁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을 떠맡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 등의 부채가 급증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전문성 있고 역량 있는 외부 인사 공모를 통해 공기업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박 당선인은 모든 인사에서 전문성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낙하산 인사 관행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더 엄격하고 촘촘하게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