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도하게 비싼 글로벌호크 구입 신중해야

입력 2012-12-26 21:30

북한 핵심 지역의 정찰감시를 위해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구입 협상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미국의 판매 가격이 국방부 예산보다 3배 가까이 비싼 1조3000억원에 달해 난항이 예상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회수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필수적인 장비이긴 하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미 국방부는 최근 글로벌호크 4대(1세트)를 우리나라에 판매한다는 사실을 미 의회에 통보했고, 의회의 반대가 없을 경우 협상이 시작된다. 한·미 간 계약이 성립할 경우 미 정부가 제작사에 발주하게 된다. 글로벌호크는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일본 등을 정찰할 수 있는 첨단 기종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는 우리에게만 판매 승인이 났다.

문제는 지난 2009년에 4862억원, 지난해 9422억원, 지난 10월에는 8000여억원을 제시했던 미국이 갑자기 액수를 높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팔기 위한 비행체 개조비, 성능 개량비, 기술 현대화비 등이 포함돼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미 정부가 군수산업체의 입장을 반영해 과도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일부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우리도 다른 기종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제 정부도 글로벌옵저버나 팬텀아이 등 다른 정찰기 도입도 염두에 두고 경쟁 구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의 최적 방안을 연구해 온 한국국방과학원도 지난 10월 이 사업 추진의 기본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무인 정찰기 도입으로 우리가 절대적 우위에 설 수 있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무기체계란 한 번 도입하면 바꾸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성급히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또 무인정찰기의 경우 구입비가 고액일 뿐 아니라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이다. 구체적인 적인 북한의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 20㎞ 상공에서 적외선 탐지 장비를 통해 200여㎞ 떨어진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하는 고성능 정찰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비록 임무시간은 짧지만 우리도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고도 정찰기를 구입해 성능을 개량하는 방법도 있다. 글로벌호크가 미국 내에서 인정받지 못해 해외 매각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을 당국은 고려했으면 한다. 자칫 도입을 서두르다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써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남북대치 상황의 우리로서는 전력 증강은 필수적이지만 항상 힘의 균형을 봐가며 지혜로운 선택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