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장기 정책과제 탁상공론 되지 않도록
입력 2012-12-26 21:36
차기 정부, 국가 미래 위해 취사선택하는 선구안 가지길
정부가 26일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성장잠재력, 인구구조, 기후변화와 에너지 수급, 경제·사회적 격차, 남북통일 등 5개 부문을 핵심 요인으로 보고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별로 2050년 한국의 미래를 예상한 것이다. 최선의 시나리오에는 핵심 과제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선도적인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잠재성장률 둔화,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정부는 최선의 시나리오에 방점을 찍었고, 안정적인 성장기반과 사회통합이 선순환하는 ‘공생발전’의 정착을 목표로 삼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4월 민관합동 중장기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대책 마련과 5년 단임제라는 한계 때문에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고 ‘자아비판’을 했다고 한다. 국가와 정부가 연속성을 가진 유기체임을 감안할 때 어떤 이유에서도 중장기 청사진을 늦게 제시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하락을 들 수 있다. 2021년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하고, 2030년에는 부족 규모가 280만명 수준에 이른다. 2060년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하는 ‘1대 1 부양시대’에 진입한다. 일할 사람은 줄고, 자녀나 국가의 지원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령자 기준연령 상향 조정, 산업·기관별로 정년제(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등) 개편 검토, 양성 평등형 육아휴직제도 도입, 기초노령연금제도 재구조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년제 같은 문제는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확실한 일정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체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자체 계획을 짜고 미래를 준비할 것이 아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 해소, 저소득층의 사회보험료와 연금저축 등에 대한 지원 확대, 남녀 임금격차 축소, 근로장려금(EITC) 대상자 조건 완화 및 금액 상향 조정,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대책 등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해야 한다. 사회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고 갈등을 유발하는 불평등 요인이 상존하는 것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남북통일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남북한 경제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에 시너지 효과를 낼지, 남측에 과중한 부담만 안길지 판가름 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장기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의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차기 정부는 현 정부의 중장기 정책과제를 책상 서랍에 밀어 넣지 말고 국가 발전을 위해 취사선택하는 현명한 선구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