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중소기업 대통령 되겠다”… 당선인, 그룹 회장들에게는 고강도 변화 주문

입력 2012-12-26 21:39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경제가 살려면 중소기업 여러분이 잘돼야 한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그래서 제일 먼저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 간담회를 시작으로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표를 잇달아 만나 ‘근혜노믹스’의 일단을 드러냈다. 특히 대기업엔 고강도 변화를 주문하며 박근혜식 재벌개혁 구상도 밝혔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였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가고,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로 가겠다”면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표들과 만나서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시사했다. 박 당선인은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상인연합회 분들이 (개정안에서 대형마트 영업을) 오후 10시부터 금지토록 한 것을 밤 12시로 양보하셨다”며 “이번에 야당도 적극 협조해서 28일에 꼭 통과되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강제휴업 일수를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닫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업 제한을 밤 12시부터로 바꾸자는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은 원안을 고수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마지막으로 대기업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근로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통 분담에 나서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기업도 좀 변화해 주길 바란다. 한참 일할 나이에 퇴출시키는 고용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며 정년 보장도 당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구조조정 자제’ 발언이었다. 경제위기 심화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다시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부동산 거래 관행도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서민들이 하는 업종까지 재벌 2·3세가 뛰어들거나 땅,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건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상권이 만들어지려면 수십년이 걸린다. 대기업은 글로벌 해외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지 중소기업 골목상인의 영역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경제 공약에 정통한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에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당부하고, 중소기업에는 희망과 기회를 약속했다. 박근혜식 화합경제, 조화경제 구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벌 개혁을 외쳤던 역대 정권을 번번이 좌절시켰던 대기업 회장들에게 법과 제도를 통한 규제 대신 책임과 자발성을 강조한 박 당선인의 구상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