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민주화 시동] 각 그룹 “朴 발언 좀 센듯” 긴장… 中企 “애정 확인” 화색
입력 2012-12-26 21:50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기업·중소기업 회장들의 회동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분위기는 확연히 엇갈렸다.
구조조정 자제·골목상권 침범 자제 등의 요구를 받은 대기업은 긴장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박 당선인의 요구 사항을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26일 “박 당선인이 이번 회동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상견례 형식의 회동치고는 요구 사항이나 대화 내용이 좀 센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재벌 때리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다만 박 당선인이 법이나 제도를 통해 압박하기보다는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당선인의 방침에 적극 부응하면서 재계의 건의 사항도 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향후 경제운영 방침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회동이었다”면서 “앞으로 국정을 이끌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들을 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회장도 회동을 마치고 나와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각종 요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약속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기본 스탠스를 갑자기 바꿀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규모가 다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요구가 같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경제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 당선인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긴장감과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반면, 박 당선인으로부터 적극 지원 약속을 받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고무된 분위기 속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박 당선인이 경제 5단체 중 중소기업중앙회(중기회)를 가장 먼저 방문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기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경제단체 가운데 중기회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인이 중기회를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겼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육성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고무된 분위기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원칙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이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는 데 5년간 큰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에 대한 요구도 쏟아졌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유통법을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중소상권 보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영세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거래계약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임세정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