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교회를 뒤돌아보며] (중) 미션라이프 ‘미션피플의 희노애락, 그 후’

입력 2012-12-26 18:58


올 한 해 본보 미션면에 등장한 ‘미션 피플’의 사연은 백양백색이었다. 하지만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삶 속에서 드러난 그들의 공통분모는 ‘한결같은 믿음’이었다. 화제가 된 주인공들의 근황과 인터뷰 뒷이야기들을 모아봤다.

이단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에 맞서 유일한 마을교회를 지키고 있는 박응규(66·금산 석막교회) 목사(11월 2일자 29면). 그는 “기사가 나간 뒤 교단(예장통합) 소속 몇몇 교회들이 우리 교회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올해 특별한 성탄절을 보냈다고 전했다. 15명 안팎의 성도들이 거의 10년 만에 반짝이는 성탄트리를 바라보면서 성탄예배를 드린 것. 박 목사가 막내로 꼽힐 정도로 ‘늙은’ 교회라서 성탄트리는 남의 교회 얘기 정도로 여겼던 터였다. 그는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 이달 중순 김포명성교회 여전도회 회원들이 교회를 방문해 예배당 안에 예쁜 성탄트리를 꾸며줬다”고 고마워했다.

교계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와 성도 등 5명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안성 방축교회 장흥국(38) 목사(7월 17일자 31면)는 깊은 슬픔을 딛고 목회 재기에 힘을 쏟는 중이다.

“여러 지인의 위로와 기도로 마음의 안정을 많이 찾았어요. 지금은 교회와 목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장 목사 사연은 본보 보도 이후 CTS와 CBS 등 기독교 선교방송 프로그램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기도 등의 후원이 이어졌다. CCM 가수인 최인혁씨는 방축교회를 직접 방문해 위로 집회를 인도하기도 했다.

‘팥차 아가씨’ 한은경(26·성결대3·11월 7일자 29면)씨는 ‘땀나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당뇨병을 앓는 홀어머니를 위해 ‘팥차’를 개발했던 한씨는 카페 개점과 인터넷 쇼핑몰 제작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카페는 내년 2월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할 예정으로 준비 중이며, 인터넷 주문용 웹페이지 제작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그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100여건의 주문이 쇄도했는데, 아직 관계 당국의 제조 허가가 나지 않아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내년 2월쯤에는 구매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팥차 사업을 농촌 선교의 통로로 사용하겠다는 각오도 변함이 없었다.

본보 보도 이후 독자들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주인공들도 눈에 띈다. 본보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 코너에 소개된 태국의 왕힌교회(김도연 선교사·11월 20일자 28면)는 30년이나 된 예배당 리모델링 공사를 6개월 만에 재개했다. 세계복음화협의회가 후원해준 건축비 덕분이다.

서울역 노숙인 지원 단체인 십자가선교회 이재민 대표(11월 16일자 29면)는 본보 보도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다단계 혐의로 구속된 또 다른 노숙인 섬김 단체의 이모 대표와 자신을 더 이상 혼동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어린이 고전도서 보급 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성욱 선교사(6월 30일자 23면). 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려 줄 재능기부자를 찾고 있던 그에게 본보는 ‘희망의 메신저’였다. 이 선교사는 “보도 이후 한국과 영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만사형통’ 스토리만 있는 건 아니다. 임대보증금 4억원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해 퇴거 위기에 놓인 서울역 노숙인 사역단체 ‘사랑의 등대’(8월 20일자 31면), 원전 건설에 따른 보상을 한푼도 받지 못한 채 55년이나 된 교회를 문 닫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서생소망교회(8월 9일자 26면) 등의 사연은 여전히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기도 제목과 관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대학생활 4년 동안 무려 1568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아부은 양세규(24·연세대 신대원1·9월 6일자 29면)씨의 한마디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눔과 섬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내 힘으로 뭘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옆에만 있어준 게 전부입니다.” 그는 지금도 서울 후암동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재찬 최승욱 유영대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