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관객 1억 돌파 ‘新르네상스’… 6가지 키워드로 본 2012 영화계

입력 2012-12-26 17:50


2012년은 한국영화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해였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고, 연간 한국영화의 관객 수가 사상 처음 1억명을 돌파했다. 또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최고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대기업의 상영관 독과점 문제, 저예산·독립영화 위축 등 어두운 그늘도 있었다.

◇영화 관객 1억명 시대=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올 한 해 한국영화를 찾은 관객은 총 1억1200만9112명, 시장 점유율은 59.0%이다. 지난해의 8286만8294명, 점유율 51.9%에 비해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억 관객은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올해 한 사람 당 평균 두 편의 한국영화를 봤다는 의미다. 한국영화보기가 습관이 된 것이다. 1960년대를 예술성 높은 영화들이 꽃핀 르네상스로, ‘괴물’과 ‘왕의 남자’가 흥행한 2006년을 양적인 성장기로 본다면 올해는 양과 질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이룬 한국영화의 신(新)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만하다.

◇베니스 황금사자상 ‘피에타’=김기덕(사진 ①)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지난 9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는 프랑스의 칸국제영화제, 독일의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박찬욱 감독이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최고 흥행작은 ‘도둑들’=지난 7월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사진 ②)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98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괴물’(1301만명)을 뛰어넘진 못했지만 올 한 해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로 기록됐다. 사회성이나 의미를 담기보다는 매력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순수한 재미만을 추구한 것이 특징. 오락성 하나만 뛰어나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대선과 맞물린 ‘광해, 왕이 된 남자’=이병헌 주연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사진 ③)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시기, 조선시대 왕의 덕목을 논하며 우리 시대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했다. 지난 9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1230만명을 돌파, 지금까지 사극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웠던 ‘왕의 남자’(1230만명)의 기록을 깨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관객 400만 넘은 영화 9편=송중기·박보영 주연의 판타지 멜로 ‘늑대소년’(사진 ④)이 극장가 비수기에도 뜻밖의 흥행 몰이로 700만 관객을 넘으며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이외도 누아르 시대극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명),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건축학개론’(410만명), 로맨틱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명), 코믹 사극 액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89만명), 1990년대 복고풍을 일으킨 ‘댄싱퀸’(400만명), 이색 재난 영화 ‘연가시’(450만명)까지 총 9편이 400만 관객을 넘었다.

◇대기업 상영관 독과점 심화=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지만, 두 영화 모두 대기업이 투자·배급을 맡아 개봉한 작품. 대기업 영화들이 극장 상영관을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비판이 한층 높아졌다. CJ엔터테인먼트나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이 투자한 영화는 계열사인 CGV(사진 ⑤), 롯데시네마에 대규모로 개봉된다. 흥행이 잘되면 장기간 상영관을 차지하게 되고, 작은 영화들은 극장에 걸릴 기회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제작-투자-배급-극장사업까지 모두 장악한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