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되돌아 본 2012] ④ 이건희와 한국경제
입력 2012-12-26 19:31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재계에게 2012년은 힘겨운 한 해였다. 세계를 덮친 불황과 싸워야 했고, 안으로는 경제민주화 논의 등 재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다.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성과를 거뒀지만 청년실업과 가계부채, 양극화 문제에 가렸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과의 상생, 골목상권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톱10’에 올려놓은 경영인도 있었다. 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5조296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작으로 올 3분기에 8조1250억원을 벌어들이며 4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조원을 넘어서면서 최대 실적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2012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보다 40%나 성장한 36조5800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애플사가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꾼)’으로 몰아세우며 특허 소송을 걸었지만 오히려 삼성이 애플에 대항할 유일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삼성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
이 회장은 올해 총 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아시아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과 회동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벌였다.
마침 올해는 이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는 해였다. 1987년 취임 당시 10조원에 못 미쳤던 그룹 매출은 383조원을 넘겨 39배 늘었고, 25년 전 하나도 없었던 세계 1위 제품은 19개에 이른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지난 11월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회장은 28.8%의 지지율로 ‘올해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최고경영자’로 뽑혔다.
물론 이 회장에게도 남은 과제가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의 80%를 삼성전자가 벌어들였고, 삼성전자의 순이익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 등 통신사업에서 나왔다. 이 같은 사업 편중 문제와 맏형인 이맹희씨와의 상속분쟁 등이 이 회장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
2013년은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프랑크푸르트 신(新)경영을 선언한 지 20주년 되는 해다.
새해 경영구상 중인 이 회장이 새해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