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홍하상] ‘창조경제’ 뿌리내리려면

입력 2012-12-26 19:10


“세계 일류인 조선·자동차·철강 산업에 날개를 달려면 부품산업 크게 발전시켜야”

차기 정부의 경제 청사진이 나왔다. 큰 틀은 ‘창조경제’다. 이스라엘의 특허산업에 관한 벤치마킹도 나왔으나 한국은 세계 10위권 강소국인 만큼 이스라엘을 넘어 좀더 다양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우선 스위스를 보면 국가의 전통산업인 시계와 제약 이후 터널(중공업)을 지나 금융(은행) 재보험 관광을 지나 포럼산업(다보스)에 이어 우주 청소용 위성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요즘은 캐비어를 양식해 팔고, 들고 다니는 휴대용 태양광전지판까지 만든다.

네덜란드는 에너지의 로열더치셸을 비롯해 화학 금융 반도체 전자 건설 풍력발전의 강국이다. 2011년 스페인에서 모로코까지 태양열로 나는 비행기 운항에 성공했고, 창유리를 태양열 발전소로 만드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벨기에는 전 국토의 창고 지붕에 태양광전지판을 설치, 전력 소비량의 25%를 해결하는 녹색경제로 향하고 있다. 건물 온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는 페인트도 개발했고, 쓰레기 오염물질 중화기술 산업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레고와 뱅앤올로푸슨 스피커로 유명한 디자인 강국 덴마크는 밤길에 헤드라이트 대신 열영상센서로 전방의 물체를 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헤드라이트보다 43배나 멀리 비춘다.

한국은 조선 자동차 철강 건설 강국이다. 이렇게 되는 데 50년이 걸렸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휴대전화 반도체 LED 자동차를 밤낮없이 만들어 팔았는데 판매대금의 80%를 미국 일본 독일의 강소기업에 갖다 주고 있다. 외국 부품을 사오지 않으면 완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사히그라스 교세라 무라타제작소는 부품업체이지만 매출이 10조원대이고, 그 분야 세계 1위다. 일본에는 이런 강소기업이 수백개이고, 교세라의 경우 종업원이 5만여명이나 된다. 이들 회사는 수출로 먹고산다. 우리도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강소기업이 되면 고용효과도 커진다.

청사진에는 골목상권 활성화 대책도 있다. 대체로 이번 정부에서 한 일과 비슷한데, 거기에 자금 지원이 보태졌다. 이번 정부에서도 재래시장 상인들이 아우성을 쳐서 간판 규격 통일, 돔형 지붕 설치, 화장실 리모델링, 주차장 설치, 서비스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해 주었다. 그런데도 장사가 안 되니까 이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했다. 그게 답인지 의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교토의 니시키(錦) 시장처럼 개성화, 차별화, 관광벨트화해 주고 여기에 유통체계 개선, 서비스 마인드 개선이 따라야 한다. 니시키 시장에 가보면 대형마트보다 더 깨끗하고 점포마다 간판과 디스플레이에 개성이 넘친다. 품질도 대형마트를 압도한다. 판 물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서비스 정신과 한번 온 손님은 백년고객으로 만든다는 고객관리 시스템이 돋보인다.

도쿄의 50평짜리 채소가게 안신야는 대형마트를 이긴 점포로 유명한데 4시간 전 밭에서 뽑아 온 채소,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세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채소의 40%는 원가 수준으로, 60%는 정가 이상으로 판매한다는 독특한 경영 방식으로 연매출 50억원 규모의 소매점이 되었다.

우리의 경우 50년 만에 세계 일류로 성장한 가전 조선 철강 건설은 큰 자산이다. 여기에 날개를 달려면 부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재래시장 개선, 농수축산물의 고급화,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개선도 필요하다.

문화콘텐츠산업은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스토리 시장 산업이 육성되려면 국가적 문화 전략이 필요하다. 소설 ‘해리 포터’가 성공한 것은 작가의 개인적 힘이라기보다 비틀스, 스파이스걸스 등을 배출한 영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힘이다. 거기엔 스토리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어젠다가 뒷받침되고 있다.

정책은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체를 크게 그리는 힘과 세부를 샅샅이 파악하는 힘이 함께 작동돼야 한다. 그게 없으면 탁상공론이고 전시행정일 뿐이다.

홍하상 (논픽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