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아베노믹스
입력 2012-12-26 21:27
일본의 주가와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다. 이달 21일을 기준으로 지난 한 달 새 닛케이지수는 17.1%, 엔·달러 환율은 4.9% 폭등했다. 어제 엔화는 20개월 만에 달러 당 85엔을 돌파했고, 90엔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올 3분기 일본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연율 -3.5%)를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지난달 21일 자민당이 내놓은 경제공약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공약의 초점은 무제한으로 국채를 발행해(금융완화) 공공투자를 늘리겠다는 탈(脫) 디플레이션 정책에 있다.
공약에 힘입어 주가와 환율이 급등 중이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탄생이다. 아베노믹스는 어제 새로 취임한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와 이코노믹스를 조합한 것인데 지금 시장은 새로운 변화에 들떠 있는 모양새다. 16일 중의원선거에서의 자민당 압승도 주가 상승과 엔저로의 반전이 주효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일본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국채 발행을 통해 2∼3%의 물가상승을 용인할 정도로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투자와 소득이 늘고 엔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경기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제한적인 금융완화는 국채 가격 하락을 낳고 결국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예산의 절반가량을 국채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국채를 매입해 온 금융기관들도 감당하기 어려워 경기 회복은커녕 재정 파탄과 경기 급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우선 아베노믹스가 ‘금융완화와 공공투자 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이는 1990년대 실패한 정책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당시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공공투자정책을 남발했고 결국 오늘날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웃도는 부채공화국으로 전락했다.
또 하나는 아베노믹스가 단기적인 경제회복을 지렛대 삼아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 승리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경제공약 뒤에 헌법 개정, 역사 왜곡 등의 우경화 공약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단기적 경제활성화에 치중하다가는 자칫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빠질 수도 있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어쩌면 더욱 수구적이고 퇴행적인 일본의 추락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