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고통 DR콩고를 품다] ‘사랑의 의료봉사’ 14년… 이젠 지구촌 오지까지 치유 손길
입력 2012-12-26 21:12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달리자 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저마다 배가 아프거나, 열이 심하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이들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무상구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 이들이 기다린 것은 굿피플 이동진료차량이었다. 지난달 29일 굿피플은 7대의 이동진료차량을 이용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랑의 의료봉사’를 펼쳤다. 무상구 마을의 중앙 공터 한쪽에서는 말라리아와 당뇨·혈액 검사를, 다른 한쪽에서는 감기, 위염 등 일반 내과와 치과 진료를, 또 다른 곳에서는 X선 촬영을 실시했다. 이날 470여명의 무상구 지역주민들은 평소에 쉽게 살 수 없었던 말라리아약과 장티푸스약, 혈압약, 위장약, 구충제 등의 알약을 받고서 환하게 웃었다.
굿피플 의료봉사 14년 발자취
질병으로 고통 받는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직접 달려가는 굿피플 이동진료차량의 역사는 14년 전의 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굿피플은 1999년부터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외국인근로자, 노숙인 등의 소외계층을 위해 사랑의 의료봉사를 실시해 왔다. 이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바로 ‘이동진료차량’이다. 이동진료차량은 45인승 대형버스를 치과, 내과, 외과 진료와 각종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이다. 이동용 X선 촬영기와 X선 자동현상기(암실),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기, 임상병리검사 자동분석기, 전자동혈압계 등이 설치돼 있다. 또한 치과 검진을 위해 치과용 X선 촬영기 및 현상기, 초음파 치석제거기, 아말감 혼합기, 광중합조사기, 고압증기멸균기 등 최첨단 의료장비가 설치돼 양질의 진료가 가능하다.
매주 1∼2회 무료 진료를 실시하는 사랑의 의료봉사는 어느덧 1172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의료봉사 현장에 참여한 의료인은 2만826명, 진료 받은 이웃은 12만6088명, 총 진료 횟수는 무려 55만4138회에 달한다(2012년 11월 말 합계). 지난 14년간 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벼온 이동진료차량이 달려온 거리를 계산하면 무려 지구 다섯 바퀴(20만㎞)에 이른다.
국내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랑의 의료봉사’
굿피플은 콩고민주공화국에 ‘말짱센터’를 세우고 6개 마을에서 3주에 한 번씩 이동진료차량을 운영함으로써 지역주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퇴치 및 기초적인 1차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진료차량이 향하는 곳은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외각 지역의 6개 마을 킨수카, 링괄라, 인질리, 킨콜레, 시티베르트 지역이다. 킨샤사 시내에서 23㎞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상구 마을은 우물 하나로 모든 식수를 해결하고 있어 깨끗하고 충분한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마을 근처의 큰 양계 농장으로 인해 파리가 들끓어 장티푸스 전염 비율이 높은 곳이다. 킨샤사에서 71㎞ 떨어진 킨수카 마을은 콩고강과 인접해 있어 말라리아모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인구 구성 중 아동의 비율이 높아 아동 건강관리가 특별히 필요하다.
링괄라 마을은 킨샤사 시내에 위치한 도심지역이지만 도시 빈민과 장애인이 밀집해 있으며, 인질리 마을은 지방(반둔두)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반면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시티베르트 마을은 킨샤사 시내에서 타 지역으로 나가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보건시설은 열악하며, 킨샤사 시내로부터 가장 멀리 위치한 킨콜레 마을은 마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수 및 전기시설을 비롯해 보건소, 병원 등의 보건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렇듯 이동진료차량을 이용한 무료 진료는 보건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난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 빈민, 장애인, 영·유아와 임산부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의적절한 치료를 통해 주민들의 건강 개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위생교육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2차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의료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주민 스스로가 건강한 삶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이를 일상생활에 반영하도록 유도해 기본적인 위생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킨샤사(DR콩고)=이지영 굿피플 해외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