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만든 새로운 트렌드] 2012년 백화점선 패러디 열풍… 로고만 본떠도 품절 사태

입력 2012-12-25 19:24


올해 백화점을 가장 뜨겁게 달군 제품은 ‘진짜 같은 가짜’ 제품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저가상품 선호, 소량 구매 등 불황의 영향을 받은 소비 패턴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본부 구매담당자 110명의 의견을 취합·분석한 올해 쇼핑 트렌드를 통해 인기 있는 유명 브랜드의 로고나 디자인을 차용해 만든 패러디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25일 밝혔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핸드백 모양을 인쇄한 천으로 만든 ‘진저백’과 ‘소프트백’은 신세계백화점 매장에서만 올해 2000개 이상 판매되며 일년 내내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 브랜드 베이프가 명품시계 롤렉스의 대표모델 서브 마리너와 데이저스트를 모티브로 만든 ‘베이펙스’ 시계도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팔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불황에는 립스틱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을 깨고 매니큐어가 많이 팔린 것도 이채롭다. 립스틱 매출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매니큐어는 200% 이상 신장하며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뷰티컬렉션 이은영 구매담당자는 “화장품 매장에서 매니큐어는 구색상품이 아닌 인기상품으로 입지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의 경우 여성들의 구매가 줄어든 반면 남성들이 몸단장에 신경 쓰는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용은 15% 이상 매출이 뛰었다.

젊은층에도 탈모 인구가 늘면서 패션가발이 인기를 끈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패션가발은 탈모 부위를 가려줄 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 변화를 줄 수 있어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인정받았다고 신세계는 분석했다.

청바지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대신 형형색색의 컬러팬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11월 말까지 청바지는 6.9% 매출이 오른 반면 면 소재의 컬러팬츠는 브랜드마다 15∼20%씩 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컬러팬츠 가격이 청바지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편 롯데미래전략센터의 ‘2013 유통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유통업계는 전체적인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백화점의 아웃렛 경쟁이 본격화되고, 소비자들의 저가상품 선호 현상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명품 소비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한류, 새로운 가족 유형, 오프라인 매장의 전시장화를 의미하는 ‘쇼루밍’, 해외 직접 구매, 복고 열풍, 가치소비, 경제민주화 등 7개 항목이 유통계의 핵심 키워드로 꼽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