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격차 32년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입력 2012-12-25 21:38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의 격차는 32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일본이 장기 저성장 늪에 빠져 주춤하는 사이 우리 경제가 약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일본의 장기 불황을 닮아간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로 일본의 5.58%보다 3.62% 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1980년 한국 0.78%, 일본 8.82%로 양국 차이가 8.04% 포인트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비중은 84년 1.01%로 처음 1%를 넘어선 뒤 97년 1.8%까지 올라섰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8년 1.65%로 떨어지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1.97%까지 올라섰다. 반면 일본의 비중은 91년 10.22%를 정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해 92년 9%대, 95년 8%대, 2000년 7%대, 2005년 6%대, 2009년 5%대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지난 9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리면서 일본(A+)을 앞지르기도 했다.
경제 격차는 줄고 있지만 저축률 하락과 인구 고령화 등 일본 경제의 침몰 직전 보였던 좋지 않은 모습이 우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88년 25.9%였던 가계저축률은 2012년 현재 2.8%까지 곤두박질쳤다. 일본 역시 75년 21.3%에서 2004년 1.4%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사회보장지출 확대, 부동산 침체 등 일본의 장기불황 직전 모습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일본보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일본의 수순을 밟지 않으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가계소득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