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 등 대형 공모주 상장 줄줄이 연기… 2012년 기업공개 IMF 이후 최저
입력 2012-12-25 19:09
우리 증시의 올해 기업공개(IPO) 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공개는 소유 주식을 외부 투자자에게 공개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 발행으로 기업 몸집을 키우는 유상증자 실적도 20년 만에 최악이었다. 경기불황에 따른 증시 침체로 특히 중소기업의 돈줄이 바짝 말랐다.
2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 규모는 4664억원에 그쳤다. 3000억원 수준이었던 199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적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IPO는 7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많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2010년 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9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올 들어 현재까지 1조575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조5000억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1조원대에 그치기는 93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최저 유상증자 실적은 93년 3조1000억원이었다.
외환위기 때도 유상증자는 오히려 늘어 97년 3조8000억원, 98년 13조9000억원, 99년 37조2000억원이었다. 2008년 유상증자는 4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월등히 많았다.
올해 IPO와 유상증자가 급감한 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기업 실적 악화로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조짐마저 없어 IPO를 보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은금융지주, 미래에셋생명,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공모주의 상장이 줄줄이 연기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증시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움직인 탓에 주로 중소형주가 자금조달 방법으로 이용하는 IPO·유상증자가 빛을 못 본 측면도 있다.
내년에는 세계 경기회복 가능성,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상장 활성화 정책 등에 따라 기업 자금조달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다만 여전히 불투명한 경제 전망이 발목을 잡고 있어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금융산업실장은 “내년에도 실물경제가 크게 좋아질 거란 기대심리가 낮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