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과열경쟁’ 순차 영업정지 징계… KT·SKT ‘덤덤’ VS LG유플러스 ‘불안’

입력 2012-12-25 19:09

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이동통신 업계의 보조금 출혈 경쟁과 관련해 순차적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 결정을 내린 가운데 새해 영업 전선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이통 3사의 손익계산에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이 불가능해진 이통사들은 겨울방학, 설 연휴, 입학·졸업 시즌으로 이어지는 연초 최대 성수기를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야 한다. 이번 영업정지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면서 시장 과열을 촉발했던 LTE 가입자 유치 경쟁도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역대 사상 최대의 제재라는 이번 방통위의 조치가 실제로는 이동통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 개 사가 영업정지되면 다른 두 곳이 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풍선효과가 반복되면서 각사의 가입자 규모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악영향이라기보다 서로 상쇄되는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사별 손익 차이를 가져올 중요한 변수는 남아 있다. 영업정지의 순서와 신규 단말기 부재라는 상황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영업정지 기간 중 신규 단말기 출시 계획을 내놓은 제조사는 없다. 통신시장을 뒤흔들 만한 전략 스마트폰 출시는 내년 3월 이후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최신 단말기라고 볼 수 있는 제품은 이달 초 출시돼 SKT와 KT가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5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 제재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서 SKT와 KT는 다음달 말까지 아이폰5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특히 KT는 지난 8∼9월 ‘17만원 갤럭시S3’ 사태를 유발했지만 가장 적은 영업정지 일수에 영업정지 마지막 순번, 과징금도 28억5000만원에 머물며 최대 과징금, 2순위 영업정지를 받은 SKT보다 상대적으로 주력 단말기인 아이폰5 마케팅을 이어가기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위반율에 따라 3사 중 가장 먼저, 가장 긴 기간 영업정지를 받게 된 LG유플러스는 ‘외통수’에 처했다. 1월 말까지 경쟁사의 아이폰5 마케팅에 대응해 갤럭시노트2 등 국내 제조사 단말기로 견제하는 전략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체 가입자 중 LTE 비중이 높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연초 영업정지 때문에 KT로부터 LTE 시장 2위 자리도 위협받게 됐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