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기부천사들’ 온정 넘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평범한 시민들 나눔 릴레이

입력 2012-12-25 21:52


“나는 마음의 짐이 있습니다. 이 짐을 내려놓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다행히 여기에 기부함에 있어서 편히 기부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10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스타벅스 전북대점에 40∼50대로 보이는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한 여성이 들어섰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착용한 이 여성은 갑자기 매장 직원에게 5만원권 현금으로 1000만원을 건넨 뒤 기부함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직원이 금액을 확인하는 사이 홀연히 매장을 떠났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가 누구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지난 10월 둘째 주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와 기부함에 20만∼30만원씩 넣던 그 여성이었다. 그는 11월 셋째 주까지 총 1140만원을 기부함에 넣었다. 모두 현금이다. 직원들은 그를 ‘이름 없는 기부천사’로 부른다. 스타벅스 측은 그에게 어떻게든 감사표시를 하려 했다. 그러나 이 여성은 “불편하다. 나는 휴대전화도 없으니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떠나버렸다.

직원들은 그가 많이 아픈 것처럼 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얼굴은 살이 없어 홀쭉하고, 살짝 모자를 벗었을 때는 머리카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에 1000만원을 낸 그는 이번 달에도 8일과 22일에 찾아와 5만원과 10만원을 더 넣고 갔다. 성탄절과 이브에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수진 점장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미소는 따뜻한 분”이라며 “기쁨의 성탄을 보내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한파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감싸려는 기부천사들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2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모금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희망 2013나눔캠페인, 67일의 나눔릴레이’에는 크고 작은 소중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함덕초등학교 전교생 400명은 지난해 학교가 환경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되자 660㎡(200평) 규모의 인근 텃밭에서 상추, 토마토, 호박 등 채소를 재배하고 닭, 토끼 등을 기르기 시작했다. 직접 장터를 열어 손수 가꾼 채소와 달걀 등을 팔았고, 24만2000원의 수익을 올렸다. 학생들은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교사들의 의견에 동의해 지난 19일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경남 창원 마산여중 3학년 4반 여학생 33명은 1년 동안 체육대회 1등상, 축제 뮤지컬상, 성적향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상 등 단체로 받은 상금 21만7810원을 기부했다. 반장인 정인영(15)양은 “상금을 기부해 친구들이 좋아하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오카리나대회, 배드민턴대회에서도 꼭 우승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울산시 옥동에서 결혼식을 치른 신랑 노인생(28)씨와 신부 신선수(30)씨는 혼수비용을 절약해 모은 100만원을 기부했다. 노씨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결혼식을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었다”며 “결혼 비용을 줄여 좋은 일에 쓰고 싶어 기부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함이 많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