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 이상 호스피스 봉사 민병각씨 “환우들 오히려 행복 가르쳐 주고 떠나”
입력 2012-12-25 18:44
성탄절인 25일 부산 암남동 고신대복음병원에서는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여생을 말기암 환자 등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민병각(83) 할아버지에게 병원 측이 작은 공로패를 전달했다. 공로패에는 ‘호스피스는 생명사랑입니다. 12년간 5600시간 암투병 중인 환우 곁을 지킨 고귀한 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 할아버지는 “83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울었고 가슴 아팠던 세월은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한 12년이었다”며 “호스피스로 만난 환우들은 모두 나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고 환우들에게 공로를 돌렸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체적·정신적으로 돌보는 활동을 의미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봐야 하기에 일반적인 봉사보다 훨씬 어렵고 희생해야 할 부분이 많다.
민 할아버지는 2001년부터 공식적으로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어느 날 교회에서 ‘65세 이상 은퇴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제2의 삶을 결정했다. 부인과 사별한 이후 막연히 사회봉사를 생각해온 그는 “호스피스 활동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마음먹고 병원을 찾았다.
1930년생인 그는 이 병원 남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100여명 중 최고령이다. 6·25전쟁과 베트남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아 은퇴 후 안정된 노후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이를 마다하고 봉사를 결심했다.
민 할아버지는 하루 4시간의 공식적인 봉사 외에 다른 호스피스보다 3∼4시간을 더 봉사했다. 그의 봉사시간은 1만 시간 이상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상옥 병원장은 “민 할아버지를 보면서 내 자신이 숙연해진다”며 “진정으로 생명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 할아버지는 “오히려 내가 환우들에게 배운 게 더 많다”며 “여생을 말기 환자들을 위로하며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