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청각장애 스포츠 댄서 김보람씨, 신한생명 취업… “이젠 네일아트 최고 전문가 되고 싶어”
입력 2012-12-25 18:44
청각장애인 댄스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김보람(24·여)씨가 네일 아티스트로 변신해 대기업에 취업했다.
2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청각장애 2급인 김씨는 지난 7월 공단의 ‘청각 여성장애인 서비스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에 참여해 네일아트 자격증을 딴 뒤 신한생명에 취업했다.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지난 21일부터 출근하고 있는 김씨는 고객과 동료 직원들의 만족을 위해 네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일아트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김씨는 비록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다. 그래도 곤란할 경우에는 글씨를 써서 의사소통을 한다. 김씨가 일하는 테이블에는 “말씀하실 때는 얼굴을 보고 말씀해주세요. 그래야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답니다”라고 적힌 메모가 놓여 있다.
김씨는 이미 댄스스포츠계에선 이름 난 스타이다. 신경성 난청으로 전혀 음악을 듣지 못하는 탓에 스피커에 손을 대 박자를 느끼는 등 남다른 노력으로 장애인 전국체전 1위, 비장애인들과 경쟁한 전국대회에서도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노력 끝에 김씨는 2008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장애를 극복한 성공 사례로 20여 차례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프로그램 3연승을 차지하고, KBS 아침마당 등에 출연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김씨는 “스포츠 댄서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제 네일아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각장애인들은 청력을 잃어버린 대신 시각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술에 가장 자신감을 보이고 관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공단은 이 점에 착안해 ‘청각 여성장애인 서비스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을 벌여 여성 청각장애인에 특화된 직업훈련과 적합 직종을 개발했다.
이성규 공단 이사장은 “청각 중증장애인이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고용 사례가 향후 서비스 분야의 타 기업으로도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