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때도 참여정부와 갈등… 盧측에 “인사 자제” 전화까지

입력 2012-12-25 21:54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전임 노무현 정부에 ‘낙하산 인사’ 자제를 촉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노무현의 사람들’을 압박하며 전면 물갈이에 나섰다.

2008년 1월 당시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 정부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정무직 공무원과 국책 연구기관장 등 30여명의 인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수위 출범 직후 첫 간사위원 회의에서 “고위직 인사를 신중하게 해 달라”고 한 데 이은 것이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자제해 달라고 해서 인사를 자제했다. 한번 더 인사 자제하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건 사람을 모욕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현직 대통령이 미래 권력에 직접 맞대응하면서 논란이 더 확산됐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MB정부 탄생 후 물갈이 인사가 본격화됐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분들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 도리이자 관례다. 새 정부와 이념이 다른 분들이 남아 있는 것은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비판한 게 도화선이 됐다. 청와대는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배제하기까지 했다.

압박이 본격화되자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잇따라 사퇴했다.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전혜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 전윤철 감사원장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정연주 KBS 사장 등 일부 기관장들은 사퇴를 끝까지 거부하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