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구상] “인사 기준은 전문성”… 낙하산 실태 보고에 불편 심기
입력 2012-12-25 21:58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작심하고 비판하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의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박 당선인의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박 당선인은 하루 만에 현 정권을 직접 겨냥해 공개 경고를 날렸다. 18대 대선이 끝난 지 엿새 밖에 되지 않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발언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인수위 인선을 비롯한 미래 국정운영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공개 일정은 하루에 한 개 꼴로 최소화했을 정도다. 그러나 임기 말 정권이 청와대나 정부 출신 인사들을 공기업·공공기관 감사 등에 임명하는 실태를 전해 듣자 “잘못된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선인의 집권 구상이 흐트러졌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사전경고 성격도 짙다. 지난 23일 박 당선인 측에서 5대 권력기관장(감사원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일괄 교체론이 나왔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전날 “정부는 당선인의 공약과 반대되는 정책을 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퇴임을 앞둔 정권이 국정의 틀을 흔들지 말라’는 신호를 연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유독 자주 내비쳤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흉탄에 잃고 이후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수감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면서 ‘불행한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목표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주요 기관장들이 원활히 협조하는 가운데 초반부터 강한 응집력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됐던 이 대통령이 집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벌어진 대규모 촛불집회로 국정 운영이 뿌리째 흔들렸던 선례도 박 당선인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벌써부터 현 정부에 작심발언을 하면서 향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당선인 측에서 지난 5년 국정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함께 ‘공무원 길들이기’까지 시도할 경우에는 역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재현됐던 ‘점령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