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창중 임명 前 역지사지했어야
입력 2012-12-25 18:3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당선인 비서실장에 재선인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대변인에 박선규 전 중앙선대위 대변인과 조윤선 당 대변인을 각각 발탁한 것이다. 친박계와 영남 출신이 배제되고 의외의 인물들을 중용한 점이 눈에 띈다. 계파와 지역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경제통인 유 의원 기용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경제 회복과 민생에 방점을 두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극우 논객인 윤 대표를 수석대변인에 임명한 것이 그것이다. 윤 수석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으로 올 대선 전에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그때 그는 거친 표현들을 동원해 박 당선인의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가혹하리 만큼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전 총리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 의사를 밝히자 “정치적 패륜의 극치요, 권력만 주면 냅다 뛰어가는 ‘정치적 창녀’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윤여준 김덕룡씨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도 “정치적 창녀”라고 불렀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문 후보 비방 댓글 의혹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발표를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자 “더러운 시궁창 세력”이라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벼랑 끝 전술의 달인’이라고 평한 데 이어 문 후보에 대해선 “노무현의 아바타”라고 맹공했다.
민주당이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발끈한 것은 당연지사다. 박용진 대변인이 발표 당일 “문 후보를 반(反)대한민국 세력으로, 문 후보 지지자를 ‘국가전복세력’으로 선동한 윤 수석대변인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정성호 대변인도 25일 “분열주의적 언동을 일삼아 온 윤 수석대변인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은 전적으로 박 당선인 책임”이라고 논평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거의 참사에 가까운 인선”이라며 “처음부터 야당과 싸우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인사권은 당선인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그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박 당선인 앞에는 국민통합이란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대통합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야당을 포용해야 한다. 야당과 소통하고, 상생의 정치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수석대변인’이란 낯선 자리를 만들어 극우 논객을 중용키로 결심하기 이전에 야당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번쯤 역지사지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야당의 반발은 물론 불필요한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