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아너 소사이어티

입력 2012-12-25 18:37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 알렉시 샤를앙리 드 토크빌(1805∼1859)은 26세이던 1831년 미국을 여행했다. 정부가 구성한 미국감옥연구단의 일원으로 신대륙을 9개월간 돌아다녔다. 이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쓴 2권짜리 책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그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필연적인 역사로 봤고, 개인주의나 정치적 무관심이 가져올 다수에 의한 독재의 위험을 설파했다. 특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현실적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는 미국인들의 기부와 자선 문화를 격찬했다.

미국공동모금회(United Way America)가 1984년 출범시킨 미국의 고액기부자 클럽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이런 통찰력을 높이 사 그의 이름을 빌렸다. 영향력 있는 사회 지도층을 통해 기부문화를 더욱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출범 당시 회원 20명에 기부금 총액이 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현재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을 포함해 2만6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5억 달러가 넘는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이를 벤치마킹했다. 개인은 1억원 이상, 기업 또는 단체는 30억원 이상 기부한 경우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풍토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회원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54명이 새로 가입해 회원수 100명을 넘었고, 올해는 98명이 추가돼 200명을 돌파했다. 누적약정금액은 222억원에 이른다.

2008년 상이용사 출신의 유닉스코리아 대표 남한봉씨가 첫 번째 실명 기부 회원이 됐고, 대기업 회장 중 처음으로 최신원 SKC 회장이 가입했다. 홍명보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나 배우 현영씨, 프로야구 한화의 김태균 선수에 이어 여자 프로골퍼 최나연씨가 최근 197번째 회원이 됐다. 올해는 원영식 오션인더블유 회장과 부인·아들 모두 가입해 온가족 회원이 탄생했고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도 회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거액기부에 치중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회원 중에는 농부나 여행가도 있고, 장애를 극복하거나 자수성가한 인물도 많다. 24일 200번째 회원이 된 배우 수애씨는 서울 봉천동 달동네에서 자랐다고 한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나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늘어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