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구상] ‘전문성’ 언급은 親朴 배제 뜻?… 핵심들, 인수위서도 빠지나

입력 2012-12-25 21:51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비서실장과 대변인 인선 배경으로 ‘전문성’을 언급하자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 기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첫 인사에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배제된 결과를 놓고선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문성’ 강조는 친박 배제?=당내 인사들은 박 당선인의 전문성 강조를 실무형 인수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본다. 박 당선인 핵심 측근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서실장·대변인 인선에 대해 “항상 쓰던 사람 말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인수위에) 쓰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 인선의 방향을 내다봤다. 박 당선인과의 근접도, 대선 과정에서의 기여도 등 이른바 ‘친박 성향’보다 능력이 우선시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 당선인이 능력 본위의 실무형 인수위를 구상하게 된 배경엔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구성을 잘못하며 초반부터 꼬였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다른 핵심 측근은 “역대 인수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점령군 이미지, 새 정책을 쏟아내는 과욕, 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요약된다”며 “임태희 비서실장, 정두언 보좌역, 신재민 메시지팀장 등 정치형 인사들이 그런 구도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친박, 겉으론 ‘당연’ 속으론 ‘초조’=첫 인사에서 배제된 친박 측근들은 일단 ‘박근혜 인수위’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5년 전 경선 과정부터 박 당선인과 함께 해 결국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당선인이 통합·탕평을 할 수 있게 뒤로 빠져줘야 한다. 친박 진영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인선을 통해 정치적 외연 확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친박 일각에선 자신들이 올린 인선 방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번 인선을 보고 놀랐고, 의외였고, 당황했다”며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인수위 인선이) 꼬일 징조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유일호 비서실장과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경우 인선 초안을 올린 관계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한다. 당 일각에선 참신한 인상을 줘야 하는 정권 초반에만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친박 인사의 등용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친박, 외부 인사 다 섞일 것”=박 당선인의 인재 풀이 무제한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인수위도, 차기 내각도 각 계파와 정치권 안팎의 인사가 다 섞인 ‘혼합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당선인 측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 직책은 임시직일 수도 있고 청와대, 정부 요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에 기용된 것은 시험대에 올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검증이 완료된 친박은 바로 내각으로 기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새 인사부터 인수위에 기용해 검증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내에선 일부 핵심 인사의 인수위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에 깊숙이 개입한 안종범, 강석훈 의원의 경우 인수위에 이어 청와대까지 계속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