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구상] 역대 인수위원 10명중 7명 정권 요직 꿰찼다
입력 2012-12-25 21:51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면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실세들의 면면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당선인들은 권력암투와 집권초기 줄서기 폐해 등을 막고자 인수위원을 중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정권의 요직을 배출하는 산실이었다. 실제로 노태우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인수위원급 111명 중 76명(68.5%)이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직에 기용됐다. 내부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중용되고, 밀려난 자들은 한직으로 밀렸다.
◇MB 정부, 시작부터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대통령의 17대 인수위는 대선 캠프 인사가 대거 합류하면서 초기부터 ‘논공행상’ 논란에 시달렸다. 야당 10년 설움의 한을 벗자마자 밥그릇 싸움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인수위 줄대기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후 요직은 인수위 출신들이 채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정부혁신·규제개혁태스크포스(TF) 위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획조정분과 간사,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였다. 경제1분과 위원이었던 백용호 대통령 정책특보는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와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 출신이다.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MB정부의 첫 기재부 장관을 지냈고, 최경환 의원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기용됐다. 외교통일안보위에 참여했던 현인택 위원은 통일부 장관이 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인수위에 있었다.
◇DJ·참여정부, 호남·친노(親盧) 중용=진보 정권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6대 인수위는 임채정 전 국
회의장이 인수위원장이었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은 당시 부위원장이었고 이후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총리에 올랐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정우·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등 참여정부 실세들은 인수위의 핵심 멤버였다.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윤영관·이종석 위원은 각각 외교통상부장관과 통일부장관이 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15대 인수위에서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위원장을 맡았고 국가정보원장에 발탁됐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정책분과 간사로 참여해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이 됐다. 신건 전 국정원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태영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정우택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인수위를 거쳐 요직에 오른 케이스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인수위에서 호흡을 맞춘 뒤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나란히 문화관광부 장관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통해 정권을 창출했던 만큼 인수위에는 JP인맥들이 많았다. 인수위원급 27명 중에서 호남 출신은 9명, 충청 출신은 7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