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 구상] 힘실리는 노사정위… 당선인 기대 부응할 ‘카드’ 고민
입력 2012-12-25 19:3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정부 고용·노동 정책의 핵심으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지목했다. 박 당선인은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 보호, 노동기본권 강화 등 굵직한 정책을 노사정위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노사정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당장 마땅히 뽑아들 카드가 없다.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한만큼 노사정위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든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선 위상 약화로 유명무실=노사정위 관계자는 25일 “인수위에 보고할 현안과 과제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각 주체들이 노사정위 틀 속의 사회적 타협을 바라보는 관점과 기대가 달라지고 있어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노사정위의 대타협을 통해 쟁점을 해결하기에는 노사정 모두 이해관계가 달라 양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MB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위에선 13건의 크고 작은 합의가 있었고, 몇몇 회의체가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2009년에는 노사정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 노사정위 대화의 틀이 노조에 가입된 ‘조직 노동자’와 ‘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짜여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20%를 밑도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영세 사업장 근로자, 자영업자 등 취약부문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만 참가하기 때문에 재벌 기업의 조율기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빠졌다는 한계가 있다.
◇실세 위원장 배치로 돌파구 뚫나=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경기침체기에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노사정의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이후 정기적으로 노사대표와 회동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노사간 대타협에 비중을 두고 있다. 실행 방안으로는 노사정위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꼽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 안팎에선 실세 노사정위원장의 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및 근로복지 확대 등 사실상 모든 고용·노동 현안에 노사가 양보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강력한 영향력으로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브 앤드 테이크’ 협상을 이끌어 줄 실세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IMF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했던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노사정위를 출범시켰고 정권의 실세였던 한광옥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를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실세 위원장을 내세운 1기 노사정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며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90개항의 굵직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