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다툼만 격화되는 민주… 대선 패배 반성도 문책도 없다

입력 2012-12-25 19:05

민주통합당이 갈 길을 잃었다. 2007년 대선과 그 이듬해 총선, 그리고 승리를 확신했던 올해 4·11 총선, 대선까지 모두 참패하고도 아무런 반성 없이 주류·비주류 간 권력투쟁만 격화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로에 선 민주당=민주당에는 연이은 선거 패배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지난 21, 24일 잇따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누군가는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주류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이어졌지만 친노(親盧·친노무현)계와 선대위에 몸담았던 지도부 인사 등은 침묵만 지켰다.

주류 측은 “분열과 갈등이 있으면 다같이 죽는 길”이라며 비주류를 달래려 할 뿐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비주류는 책임론을 거론하며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주류들은 빠지라”고 요구한다. 슬쩍 차기 당권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속셈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당내에선 ‘원내대표직은 비주류에 맡기고, 이후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은 주류가 차지하자’는 말이 나돌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사퇴로 공석인 원내대표직을 연내 선출키로 해놓고도 뒷말이 많다. 신임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임한다. 하지만 남은 임기를 채우는 ‘4개월짜리’ 시한부인 데다 혼란스런 당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중진 의원들조차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신계륜, 유인태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작 본인들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박기춘 의원만이 나서겠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25일 “잇속은 챙기되 희생은 못한다는 뜻”이라며 “이런 식이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철저히 반성해야”=이런 와중에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는 휴식을 명분으로 두 차례 의총에도 불참했다. 그러면서 24, 25일 트위터를 통해 등산과 성탄 미사를 다녀온 근황을 전했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의 자유였고, 명상의 시간이었다. 내일은 온몸이 뻐근할 것 같다”고 했다. 당이 갈라지냐 마느냐는 중대한 기로에서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지 않고 권력 다툼에만 골몰한다면 또 당이 쪼개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피 터지게 싸워서 친노들이 실권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 ‘노무현 신화’는 이제 없다. 이념 지향주의와 계파정신을 버려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다면 이들을 뺀 나머지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 등의 리버럴한 세력과 합쳐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총선 패배 때처럼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넘어가려 한다면 재앙”이라며 “지금까지의 낡은 체제를 끝내고 밑으로부터의 운동에 의해 리더십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패배에 책임 있는 이들의 퇴진 없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