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농촌교회 후원 정의승 우양재단 이사장 “시골 어르신 모신 분은 자식 아닌 목사였다”

입력 2012-12-25 18:16


“19년간 농어촌 목회자를 후원한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에요. 제가 자랑할 만한 게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돈과 일꾼을 주시는데 제가 뭐 할 일이 있겠어요.”

1993년부터 100명의 농어촌 목회자에게 매달 10만원씩 선교비를 후원해 온 정의승(74·서울 열림교회 장로) 우양재단 이사장은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고생은 농어촌 목회자가 하는데 자신의 이름만 알려질까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정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건 주변에 농어촌 목회자의 실상을 알려야겠다는 간절함이었다. 근 20년간 사재를 털어 100개의 농어촌 교회를 지원했지만 미자립교회가 아직도 많은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해군 장교였던 정 이사장은 77년 전역한 뒤인 83년에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크게 성공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교동 우양재단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고등학교 후배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는 장학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일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며 “그러던 어느 날, 80년 중반쯤 농촌 공동화가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고 이때 어려움 가운데 농촌을 지키는 교회를 돕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감리교인이던 그는 93년 감리교 본부로부터 농어촌에 거주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100명의 리스트를 받아 선교비 후원을 시작했다. 정 이사장은 농어촌 목회자 자녀의 대학 학자금과 교회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농산물 판매 등 소득사업 등도 지원했다. 또 농어촌 지역에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감안, 찬양 사역자를 이들 교회로 보내는 ‘찬양 순례’를 기획했고 목회자 가정에 도서비도 지원했다. 그뿐이 아니다. 정 이사장은 농어촌 목회자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100개 교회 목회자 가정을 모두 초청해 매년 2박3일간 수련회를 열었다. 3년 전부터는 이를 성지순례로 갈음해 직접 성경의 무대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내년 1월이면 농어촌 교회 지원 20주년을 맞는다고 소개한 그는 농어촌 지역과 교회의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시 교회가 농어촌 교회를 꾸준히 지원하고, 농어촌 교회는 지원을 기반으로 노인이 대부분인 지역의 복지, 경제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내년 2월에 20주년 기념 행사로 ‘농어촌 교회 자립을 위한 세미나’를 연다.

“농어촌 어르신들의 곁을 지킨 건 도시로 일하러 나간 자식들이 아니라 신학교를 갓 졸업한 시골교회 목사님들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농어촌 지역의 희망을 봅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도농 격차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소외된 농어촌 교회를 적극 지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