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섬’ 몽골엔 세계 최대 매장량 ‘금광’이 있다

입력 2012-12-25 18:08


저주받은 고립무원서 축복받은 지하자원 대국으로

세계지도를 보면 몽골은 고립무원의 땅이다. 위로는 러시아, 아래로는 중국에 에워싸여 있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항구 하나 없는 땅 위의 섬에 살고 있는 셈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을 육로 운송에 의존하고 있지만 몽골횡단철도(TMGR) 이외에는 지선철도와 도로망 사정이 열악하다. 나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비싼 통행료를 부담해야 한다.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흔히 눈에 띄는 한국산 중고버스들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로 실어 나른 ‘비싼 몸’들이다. 심지어 몽골 현지 부호들 중에는 차를 사기 위해 유럽으로 날아가 새 차를 몰고 동유럽과 러시아를 지나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불리한 지리적 환경은 몽골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내륙형 국가의 불리한 접근성은 국가 경제에 폐쇄성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적은 인구밀도 때문에 내수시장의 형성도 어렵다.

◇지리적 한계, 자원의 축복=몽골은 지리학적으로 저주받은 땅일 수도 있지만 지질학적으로는 대단히 축복받은 땅이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탄 산지와 금광이 모두 몽골에 있다. 구리와 아연, 형석, 우라늄 등 다양한 지하자원이 무궁무진하다.

몽골 최대 수출품 중 하나인 석탄의 경우 전국적으로 천문학적인 매장량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품질도 뛰어나다. 대부분 제철소 용광로에 사용할 수 있는 코크스 제조용이다.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바가누르에는 대규모 노천 탄광이 있다. 초원이 끝나고 황무지가 시작되는 이곳에서 흙더미가 산을 이룬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평지의 흙을 걷어내기만 해도 갈탄이 나와 파낸 흙을 쌓아둔 것이다. 들판 자체가 거대한 탄광인 셈.

바가누르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고비사막 자락에 위치한 타반톨고이 탄광에는 9억t 규모의 석탄이 미개발 상태로 매장돼 있다. 이곳의 매장량은 세계 최대 규모로 향후 중국의 석탄 수요를 50년간 충족시킬 정도의 막대한 양이다. 석탄 이외의 광물도 약 55억t 이상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타반톨고이에서 사막 더 안쪽에 자리 잡은 오유톨고이는 세계 최대의 미개발 금·동(구리) 광산이다. 몽골을 ‘금덩어리를 깔고 앉은 빈털터리’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몽골 정부는 2009년 캐나다 아이반호사와 합작투자협정을 맺고 내년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인 채굴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식적인 광산 개장 이전임에도 오유톨고이가 몽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벌써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이 거대한 광산에서 매년 65만 온스(18.4t)의 금과 45만t의 구리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이 최고조로 예측된 2019년에는 세계 구리 생산의 6%(90만t)를 차지할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전 세계 자원개발 각축=몽골의 광산은 잠재력 또한 엄청나다. 몽골의 광물자원은 전 국토의 25% 정도만 탐사된 상태다. 실제 개발 비율은 탐사율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아이반호사의 경우만 해도 지난 3월 오유톨고이 북쪽 지역에서 거대한 금·동 광산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광산업계가 몽골에 눈독을 들인 지는 이미 오래다. 현지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개발업체들과 투자자들이 ‘노다지의 나라’로 몰려들고 있다.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앞다퉈 몽골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결국은 지하자원 때문이다. 지난 7월 몽골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자유와 민주주의가 서방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몽골”이라고 격찬한 것도 자원외교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다.

중국도 양국 간의 역사적 앙금을 털어내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몽골의 지하자원을 선점하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요 2개국(G2)이 몽골에서 벌이는 자원경쟁은 결국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전초전이기도 하다.

2009년 타반톨고이 개발권 입찰 때는 중국 센화·일본 미쓰이 컨소시엄과 미국 피바디 에너지 등 세계적인 자원 기업들이 총출동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한국도 광물자원공사와 국내 7개 기업이 러시아, 일본과 컨소시엄을 꾸려 최종 협상대상자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최종 협상대상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몽골·러시아 컨소시엄이 최종 입찰자로 선정되는 등 혼란 속에 결국 입찰이 백지화됐다. 최근에는 재입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몽골 정부는 최종 선정을 놓고 아직도 외교적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몽골 광산개발권은 유치하기도 어렵지만 선정된 이후에도 확정하기까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몽골 정부는 입찰 업체가 9년 내 3차례의 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채굴권을 준다. 탐사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개발권을 회수하는데, 취소율이 전체적으로 40%에 이른다. 몽골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도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올해 6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교체되면서 일부 광산에서는 기존의 협상이 무효가 되고 다시 입찰 경쟁이 시작된 곳도 있다.

◇한국 투자는 자영업 수준=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에 가장 높은 GDP 성장률을 기록할 나라로 몽골을 꼽았다. 몽골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무려 18.1%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오유톨고이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은과 우라늄 등 다른 자원 개발사업도 많아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몽골이 인구 300만명에 불과한 유목국가에서 자원수출국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몽골의 급부상은 ‘솔롱고스’(한국을 지칭하는 몽골어·무지개가 뜨는 나라를 의미)에게도 좋은 기회다. 한국은 몽골의 4대 투자국 중 하나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몽골 투자액은 2억5500만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소규모 자영업과 무역, 관광에만 몰려 있다. 몽골 최대 투자국인 중국은 전체 투자의 73%를 광산 개발과 탐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위 캐나다와 3위 네덜란드는 각각 98%와 96%의 투자를 광산 개발에 올인한 상태다.

바가누르=글·사진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