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값 싸고 더 멋지고… ‘착한 패션’ 인조 모피

입력 2012-12-27 16:51


“야아! 멋있다.” “저게 진짜 모피가 아니라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25일 오후,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과 동물사랑실천협회 주최 ‘인조모피 패션쇼’가 펼쳐졌다. 표범무늬, 호랑이 무늬 등 동물무늬가 그대로 살아있는 멋진 모피 코트, 핑크 노랑 파랑 등 눈길을 끄는 원색 모피 재킷,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밍크 베스트 등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은 환성을 쏟아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모피 반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조모피를 동물모피의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인조모피는 보온성과 아름다움, 다양성을 만족시키는 패션계의 최신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손정완, 홍승완, 김재현, 스티브&요니피, 송자인 등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과 인조모피 전문 업체인 경원, 퍼스몰 및 인성 하이텍 등에서 출품한 45벌이 소개됐다. 뉴욕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아시아 디자이너로 꼽히고 있는 손정완은 “예전에는 털이 빠지고 푸시시한 느낌이 있었으나 요즘의 인조모피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서 고급스럽다”면서 젊은 느낌을 강조하기에는 오히려 인조모피가 더 좋다고 말했다. 반모피운동을 펼쳐 온 송자인은 “무겁고 변질의 우려가 있는 진짜 모피에 비해 인조모피는 가볍고, 변할 염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냄새나 알레르기 위험이 없어 더욱 좋다”고 인조모피예찬론을 폈다.

경원의 김유석 대표는 “가격이 싸고 관리가 수월한 것도 인조모피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인조모피는 물빨래가 가능할 만큼 관리가 손쉽다. 물론 오래도록 새 옷처럼 입고 싶다면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것이 좋긴 하다. 외출에서 돌아와선 옷을 거꾸로 들고 먼지를 털어 주고, 부분적으로 오염됐을 때는 젖은 수건으로 바로 얼룩을 없앤 다음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두면 된다. 가격은 진짜 모피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뭐야, 그래도 진짜는 아니지!” 이렇게 인조모피를 ‘짝퉁 모피’쯤으로 치부한다면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다. 친환경, 유기농, 생명존중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인조모피는 이미 세계적인 패션 무대에서 ‘착한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 중반부터 샤넬의 칼 라거펠트 등이 인조모피 패션을 컬렉션에서 소개했다. 아예 진짜 모피와 가죽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 인조모피만 쓰는 디자이너도 있다. 올해 런던올림픽의 영국선수단복을 디자인한 스텔라 매카트니가 대표적인 경우. 국내에도 올여름 진태옥 우영미 정구호 등 내로라하는 패션 디자이너 14명이 다양한 인조모피 패션을 선보여 패션 피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디자이너들이 인조모피로 멋진 디자인들을 선보이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인조모피를 선택하는 가치지향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인조모피는 이제 겨울 패션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겨울 동물사랑도 실천하고 강추위도 물리치기 위해 인조모피 패션을 즐기고 싶다면 어떤 스타일을 고르면 될까?

스타일리스트 정인영씨는 “올겨울 모피는 강한 패턴, 털이 긴 모피, 그리고 컬러감이 있는 것이 유행”이라고 소개한 뒤 모피를 처음 입는다면 조끼나 짧은 재킷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짧은 인조모피 재킷은 키가 작고 통통한 체격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 스키니 팬츠나 발목까지 오는 펜슬 스커트를 받쳐 입으면 다리도 길어 보이고 한결 날씬해 보인다. 모피 베스트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 니트 스웨터와 팬츠, 재킷과 스커트 위에 걸쳐주기만 해도 멋스럽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의 채명희 MD는 “올 겨울 패션가는 ‘아방가르드’와 ‘패턴’에 주목하면서 서로 다른 컬러 및 다른 짜임, 소재를 섞어 쓰는 믹스 앤 매치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면서 모피에 니트나 가죽 등 이질적인 소재를 접목한 코트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패션쇼에선 동물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영화배우 김효진이 PETA의 동물보호에 대한 공로상을 수상하고, PETA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또한 4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입양해 돌봐온 가수 양하영이 국내 동물단체들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동물평화상을 받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