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는 어떤 곳… ‘그림 커넥션’ 단골, 대기업 비자금 사건마다 등장
입력 2012-12-25 19:34
서미갤러리는 대기업의 비자금 관련 각종 ‘그림 커넥션’에 단골로 등장했던 화랑이다. 그 중심에는 홍송원(59) 대표가 있다. 홍 대표는 2008년 특검의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삼성 측에 거래하며 자금을 세탁해 줬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2002년 구입 당시의 금융전표 보관기한이 지나 무혐의 처리됐다.
2010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 로비 사건 때는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건넨 것으로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 때는 루돌프 스팅겔의 ‘무제’ 등 그룹 소유의 그림 3점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속이고 은행에서 20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또 가수 인순이씨가 서울 청담동 고급 빌라의 사업 자금 명목으로 23억원을 받아 가로챘다며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씨를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고소 사건에도 휘말렸다. 이 빌라 부지는 애초 오리온그룹 소유지로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가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4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서미갤러리 계좌에 송금해둔 것으로 조사됐다.
홍 대표는 지난해 6월 홍라희 삼성미술관장을 상대로 “2009년 8월 중순부터 2010년 2월 사이에 구입한 미술작품 14점에 대한 대금 781억8000만원 중 250억원만 지급했다”며 “남은 작품 대금 531억원 중 우선 50억원을 내놓으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11월 취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간의 불법 교차 대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화여대를 나와 1988년 서울 가회동에서 그림 장사를 시작한 홍 대표는 2003년 청담동으로 갤러리를 옮기면서 재벌가 인사들을 대상으로 미술품 중개 활동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90년대 중반 한국화랑협회와 판화 공동전을 열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들여온 피카소의 복제 작품을 언론에 원본으로 소개해 협회에서 제명됐다가 2006년 준회원 자격을 회복했다.
2007년 미술시장 활황으로 규모를 늘려 간 서미갤러리는 2010년 가회동에 전시장을 새로 지었으며, 그 옆에 홍 대표의 아들 박모씨가 운영하는 원앤제이갤러리를 개관했다. 하지만 잇단 구설수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7월 협회와 회원의 이미지 실추, 회원 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서미갤러리에 대해 무기한 권리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