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 고강도 세무조사 왜… 탈세·저축銀 연루 추적, 대기업 사정자료 확보?

입력 2012-12-26 00:03

국세청이 서미갤러리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우선 갤러리를 자금세탁 경로로 활용한 대기업의 신종 탈세방식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솔로몬저축은행의 비리 연루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도 세무조사의 한 줄기다. 정권 교체기 대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미갤러리와 대기업의 수상한 거래는 삼성그룹과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사건 등 검찰 수사에서 여러 차례 실체를 드러냈다. 작품을 대기업과의 실제 거래 가격보다 고가에 판 것처럼 속여 비자금 조성을 돕거나 갤러리 측이 장부를 조작해 금액을 일부 환급해주는 방식 등이 주로 사용됐다. 지난해에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미국의 작가 빌럼 데 쿠닝의 ‘무제’(313억원 상당) 등 미술작품 14점을 리움미술관에 판 뒤 대금을 못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리움미술관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쿠닝의 작품 수입 당시 세관 신고가(271억원)와 판매가가 40억원 이상 차이 나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대기업과의 수상한 거래는 여러 차례 흔적을 드러냈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국내 주요 대기업이 서미갤러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증빙 서류가 없는 무자료 거래나 세관 신고가와 판매가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작품 구입 대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서미갤러리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물론 편법 상속이나 불법 재산 축적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서미갤러리의 탈세 추징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민들의 피눈물을 자아냈던 저축은행 비리와의 연루 여부도 확인 대상으로 전해졌다. 각각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수차례 고가의 작품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홍 대표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

서미갤러리에 대해 국세청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선 것은 대기업관련 탈세 등과 관련해 확실한 혐의점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서미갤러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모두 사법처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세무조사 기한을 연장한 것도 불만을 가진 대기업의 비협조가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권 말이라고 해서 예정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는 정당한 세무조사”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