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된다… 20㎞ 상공서 지상 0.3m 크기 물체 식별 가능

입력 2012-12-25 18:27


한국군이 오랜 기간 추진해 온 미국의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블록 30형·사진)’ 도입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1일 미 의회에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판매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일미군 기지 등에서 운용하는 글로벌호크를 판매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한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한국이 처음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5일 “미 의회에서 구매수락서(LOA)를 보내오면 우리 요구조건과의 부합 여부, 가격 등을 검토한 뒤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협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호크의 전략적 가치=글로벌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급 무인정찰기다. 노스럽그루먼사가 제작한 이 정찰기의 비행시간은 38∼42시간이며 작전반경은 3000㎞에 이른다. 적외선 전자·광학탐지 장치와 전천후 영상레이더(SAR), 지상 목표물 탐지 장치, 임무통제 장치, 통합 신호정보 및 영상정보 시스템, 통신 장비, 이동표적 추적 장치 등이 탑재된다.

글로벌호크가 도입될 경우 우리 군의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정찰감시 능력이 대폭 강화된다. 우리 군은 현재 정찰·감시 전력으로 군단 차원에서 사용하는 무인정찰기 송골매와 새매, 유인정찰기 금강·백두를 운용하고 있지만 북한 후방 지역 감시·정찰에는 제한이 많았다. 우리 군은 주한미군 U-2 정찰기와 괌에 배치된 글로벌호크가 종종 한반도에 파견돼 수집한 정보에 의존해야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글로벌호크가 도입되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며 “군의 대북감시 능력을 대폭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2003년 6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는 2015년 이전에 고고도 정찰기를 도입키로 했다.

◇난관 예상되는 가격 협상=글로벌호크 도입 협상은 가격이 관건이다. DSCA가 미 의회에 제출한 가격은 글로벌호크 4대와 부품, 훈련, 군수지원 등을 포함해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다. 우리 정부의 예상가격 약 4000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7월 제시한 9400여억원에서도 3600여억원이나 올랐다. 당시 미국은 한국 판매용 개조비와 성능개량비 등이 늘었고, 개발비도 별도 신설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간 가격을 낮추는 실무 협상을 진행해 왔다.

DSCA가 의회에 통보하는 판매가격은 모든 장비와 기능이 포함된 최고 가격이어서 실제 협상 때는 가격이 내려간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가 책정한 예산 범위에 들어오지 못하면 구매 협상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