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프랑스 대주교이자 스승이었던 저자 “왕은 모든 시간·정성·사랑을 백성 위해 써야 합니다”

입력 2012-12-26 00:09


멘토의 탄생/프랑수아 드 페늘롱 지음, 강미란 옮김/푸르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멘토는 ‘오디세이·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자세히 멘토라는 말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유익하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와의 전쟁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친구이자 신하인 멘토르(Mentor)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긴다.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는 귀국 항해 길에서 배가 난파돼 오기기아 섬에 닿는다. 오기기아 섬의 님프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된다. 칼립소는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며 오디세우스의 귀국을 가로막고 결국 오디세우스는 오기기아 섬에 남는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자신의 스승이자 상담자인 멘토르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떠난다. 여기서 나오는 멘토르는 그리스신화에서 지혜의 신 미네르바의 현신으로 ‘멘토’의 어원이 됐다.

이 같은 내용이 최초로 서구사회에 알려진 것은 17세기 프랑스의 대주교이자 왕자들의 스승이었던 프랑수아 드 페늘롱이 제자의 정치 교육을 위해 쓴 ‘텔레마코스의 모험’이 출간되면서부터. 책은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선 텔레마코스가 스승 멘토르의 가르침에 따라 현명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렸다. 이 책은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매년 출제되고, 출판사마다 각기 다른 판본을 출간할 정도로 대표적인 프랑스의 고전이다.

‘멘토의 탄생’은 ‘텔레마코스의 모험’을 기초로 멘토의 생각에 의미를 두고 그의 말과 행동을 되새긴 책이다. 페늘롱이 재창조한 텔레마코스는 당초 유약한 청년이었으나 멘토와 함께 각국을 다니면서 현명한 통치자가 되는 지혜를 얻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뿐 아니라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읽으면 좋을 구절들이 담뿍 담겨있다. 한 구절만 살펴보자. “신들은 왕 개인을 위해 그를 왕위에 올린 것이 아닙니다. 백성의 아버지가 되라고 왕위에 앉힌 거예요. 왕은 자신의 모든 시간이며, 정성, 사랑을 백성을 위해 써야 합니다.”

10장까지의 각 장 제목 하나하나가 메시지다. ‘쉽게 약속하는 자, 허망히 깨지리라’ ‘용기와 절제를 가진 자, 더욱 성장하리라’ ‘욕망을 버리는 자, 삶의 주인이 되리라’ ‘말을 아끼는 자, 이익을 얻으리라’ ‘자신을 버린 자,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리라’ ‘열정의 무서움을 아는 자, 지혜를 얻으리라’ ‘정의와 이성을 가진 자, 만물을 지배하리라’ ‘열심히 일하는 자, 강인한 젊음을 유지하리라’ ‘자애와 중용을 베푸는 자, 영광을 차지하리라’ ‘진실을 말하는 자, 세상의 눈을 뜨게 하리라’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