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이곳’ 삶 안에 ‘거기’ 생명이 있고 ‘여기’ 생명 끝나면 ‘거기’ 삶이 시작된다

입력 2012-12-25 20:12


내가 믿는 부활 / 유동식 등 13인 공저 / 대화문화아카데미

이 시대 개신교와 가톨릭계의 대표적인 성직자들의 솔직 담백한 부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부분 80세 전후의 인생 경륜을 지닌 분들로 부활을 말하면서 죽음의 성찰, 현재의 중요성 등에 대해 다뤘다. 공저자들의 신학적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다. ‘다름’ 속에서 ‘닮음’을 찾는다는 자세로 읽으면 좋을 듯싶다. 책은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기획한 것으로 기획자 가운데 한 명인 감신대 이정배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인은 물론 이웃 종교인, 나아가 종교 없이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죽음의 문제를 성찰토록 하기 위해 이 책의 출판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안동교회 원로 유경재 목사에 따르면 부활은 죄로 말미암은 죽음 때문에 깨어졌던 하나님과 인간, 다른 피조물의 공동체적 관계가 회복되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개념이다. 그는 이런 생명과 부활에 대해 깨달음을 얻으면서 흐릿하던 자신의 삶이 아주 선명해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우리는 살아서 뿐 아니라 죽어서도 하나님 생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하나님의 마음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만이 부활에 이를 수 있는 정도(正道)라고 강조했다. 개인구원에 집착하는 한국교회가 부활과 생명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구원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생명공동체 완성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 성숙한 자리로 나아가 분열과 갈등으로 깨어진 민족공동체를 바르게 세워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기독교 부활신앙은 죽음 이후 하나님께서 덧입히시는 ‘영적 몸’으로의 변화를 말한다”면서 “인간은 죽음과 동시에 지상에 존재했던 몸과 다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불연속적 연속성’이란 말로도 표현하고 있다. 다른 상태로의 존재 또한 나 아닌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죽음을 맞이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직한 마지막 말을 밝혔다. “하나님, 지난 일생을 감사합니다. 내 영혼을 하나님 품에 맡기나이다.”

이계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독교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그의 부활이라는 두 기둥 위에 세워진 집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부활신앙의 핵심을 존재(사랑)와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의 임재를 자각함으로써 날마다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새 삶을 영위하는 것, 즉 자기 비움으로 보았다. 그는 한 개인뿐 아니라 역사 속의 공동체, 나아가 전 우주 또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개인적·사회적·우주적 차원의 새로운 삶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인 오혜령의 시를 언급하면서 ‘이곳’ 삶 안에 ‘거기’ 생명이 있고, ‘여기’ 생명이 끝나면 ‘거기’ 삶이 시작된다고 고백했다.

원로 신학자 유동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모태 속의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죽음이자 생명이듯, 인간의 죽음 역시 새로운 출생임을 고백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지금(只今)이 곧 종말론적 지금(至今)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이 땅에서 부활의 생명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유 교수에게 하늘나라는 일종의 그리움을 담은 고향이다. 그는 부활의 세계는 인격적 공동체를 전제로 하며 가족관계를 비롯해 이 세상에서 맺었던 모든 인간관계, 특히 사랑의 관계가 저 세상에서 완전한 모습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에큐메니컬 신학자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인 박상증 목사는 예수의 죽음이 로마 지배 하에서 정치적 차원을 지녔듯, 부활신앙 역시 정치적 의미를 지녔다고 주장한다. 부활신앙은 객관적 사실 유무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뜻 때문에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님이 다시 사셨다는 것은 세상 권력을 이겼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 시점에서 부활신앙은 제국을 향한 정치 혁명을 꿈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광선 이대 명예교수는 부활은 언제나 심판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이승의 삶이 죽음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활에는 죽음 이후의 세상이 현실의 세상과 달라야 한다는 소망이 담겨 있으며 다른 삶에 대한 인간의 요청이 영생과 부활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부활신앙은 지금 우리에게 부단한 회개와 용서를 요구하며 부활의 언어는 언제나 저항과 변화, 혁명의 언어가 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서 교수의 지론이다.

책 속에는 서강대 명예교수인 서공석 신부, 명례성지 주임인 이제민 신부, 김승혜 수녀 등 가톨릭 신학자들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견해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