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되돌아 본 2012] ③ 김정은과 북한

입력 2012-12-25 19:00

벼랑끝 전술 ‘부전자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타임 인터넷 투표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악명을 떨쳤다는 이유로 2위를 압도적 표차로 눌렀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타임이 ‘2012년의 명인’으로 모셨다”고 보도하는 ‘촌극’을 벌였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3대 세습’ 지도자가 됐다. 세계는 28세(1984년생)의 새 북한 지도자를 주목했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라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북한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였다.

이에 부응하듯 김 제1위원장은 ‘파격’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월 15일 공개석상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6·28조치’를 공표하며 경제개혁 시동을 거는 듯했다.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공연에 등장시키고, 부인 이설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아버지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 등 당·정·군에 대한 ‘충성심 테스트’를 통한 권력 공고화에다 공안통치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식 개혁·개방도 벽에 부닥쳤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6·28조치는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켰고 이는 초인플레이션 상태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올 들어 두 차례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세계를 경악시켰다. 4월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2일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은하 3호’를 발사해 성공시켰다. 발사 비용으로만 13억 달러(약 1조4066억원)를 썼다. 북한 주민 2년치 식량(옥수수 기준 53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는 의도였다. 전 세계를 상대로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김 제1위원장과 북한에는 여전히 김정일 시대의 그림자가 덧씌워져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