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김세진군, 성균관대 최연소 합격… ‘로봇다리 수영왕’ 꿈을 향한 당찬 도약

입력 2012-12-24 21:29


1998년 어느 날 생후 6개월 된 남자아이가 대전의 한 보육원 방바닥에서 힘겹게 배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로, 다른 쪽은 발목 아래로 양발이 없이 태어났다. 오른손 손가락도 두 개밖에 없었다. 어쩌면 힘겨운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보육원 자원봉사를 하던 양정숙(44·여)씨는 첫눈에 그 아이에게 빠져들었다.

“아이의 몸짓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어요. 이런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아이에게만 정이 가더라구요.” 양씨는 아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안아주며 사랑을 쏟았다. 그렇게 1년을 돌보다 1999년 아이를 입양했다. 주위에선 미쳤다고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창시절 기계체조를 했던 양씨는 아이가 장애를 극복하도록 어릴 때부터 자전거와 승마, 등산 등 여러 운동을 하게 했다. 이어 시작한 수영은 땅에서 하는 운동보다 훨씬 편했다.

아이는 티타늄 의족을 벗고 물에 들어갈 때를 가장 좋아했다. 물속은 자유로웠고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가 11살이 되면서 수영에 소질을 보이자 양씨는 아이를 다잡기 시작했다. 운동할 때만큼은 엄격했다. 시간이 없어 베이비시터와 대리운전, 심리상담강사를 하며 뒷바라지했다.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인 ‘로봇다리’ 김세진(15)군과 어머니 양씨의 이야기다. 각종 대회 상을 휩쓸던 김군은 이번엔 대학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단 1년 만에 최연소 합격이었다.

성균관대는 24일 김군이 스포츠과학과 수시 전형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김군은 1년여 동안 혼자 공부해 고입과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대학 진학까지 단숨에 해치웠다. 새벽 5시부터 수영연습을 했고 오전 4시간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다. 이어 밤 10시까지 운동과 공부가 계속됐다. 외국대회 출전이 많았던 김군은 영어 성적이 두드러지게 좋았다.

어머니 양씨는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세진이는 수영 때문에 초등학교만 5번을 옮겨 다녔고 중학교 때도 대회에 나가느라 공부를 거의 못했다”며 “세진이가 대학에 합격하리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진실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했다.

김군은 “대학에 진학하게 돼 너무 기쁘다. 앞으로 10년 내에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쳐 목표를 이뤄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군의 목표는 2016년 브라질올림픽 400m 자유형에서 메달을 따고 대학을 졸업해 스포츠마케터나 스포츠심리학자가 되는 것. 그는 “나중에 IOC 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