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몰래산타’ 오셨네… 봉사자 1200명, 소외 아동 1004명 찾아 깜짝 선물
입력 2012-12-25 01:42
“서원아, 초목아, 상훈아 나와라!” 성탄을 앞둔 24일 저녁 서울 성수동의 시장골목. 산타 모자를 쓴 9명의 청년들이 골목이 떠나갈 듯 불렀다. 문이 열리자 세 명의 아이들이 나왔다. 청년들은 기다렸다는 듯 “와아∼” 하며 스노 스프레이를 뿌리고 풍선으로 만든 고깔을 씌웠다. 아이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산타모자 청년 한 명이 “1년 동안 착한 일 많이 해서 축하해 주러 왔어요”라고 했다. 이어 청년들과 세 아이들은 캐럴송 ‘징글벨’을 신나게 불렀다. 이어 ‘딜라이트 마술쇼’가 펼쳐졌다.
산타를 돕는 요정이라고 불리는 박현주(23·여·대학생)씨가 나와 손가락에서 불이 켜지는 마술을 선보였다. 아이들은 요정 마술사의 엄지손가락에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자 신기한 듯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박씨가 “이제 산타 할아버지를 불러볼까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목청껏 불렀다.
빨강 선물보따리를 들고 등장한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보자 “착하게 지냈어요? 할머니 말씀 잘 들었어요?”라고 물으며 아이들 이름을 불러줬다. 연신 놀라는 아이들에게 산타는 학용품과 여자인형 등 선물을 건넸다.
초목(5)이는 자신이 원하던 인형을 확인하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일 많이 하면 내년에 또 올게요”라고 하자 초목이는 “네에, 어른 말씀 잘 들을 거예요”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산타는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아이들에게 소원을 빌라고 하고 두 팔로 안아줬다. 한파를 뚫고 산타와 청년들은 이렇게 성수동과 왕십리 일대를 다니며 사랑을 전달했다.
한국청소년재단과 서대문청소년수련관이 주관한 ‘몰래산타 대작전’의 한 장면이다. 1200명의 산타가 서울지역 25개구별로 소외계층 어린이 1004명의 가정을 방문해 선물과 격려, 기쁨을 전했다. 산타 할아버지와 청년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지난 8∼9일 ‘산타학교’ 교육과 함께 ‘작전 지시’까지 받았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칭찬해주고 포옹하는 게 키포인트다.
산타들은 구별로 5∼6개조가 다섯 가구씩 방문해 미리 준비한 선물과 케이크, 크리스마스카드 등을 전달하고 캐럴에 맞춰 율동과 풍선아트, 마술 등을 선보였다. 이들은 사전에 해당 가구에 연락해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미리 조사했다. 또 아이들의 습관이나 소망 등도 확인했다. 봉사자들은 참가비로 직접 아이들의 선물과 케이크도 구입했다.
초목이 할머니 주모(67)씨는 “여기까지 산타가 와서 손자들을 만나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며 “아빠 혼자 돈벌러 나가 있어 아이들끼리 외로웠는데 오랜만에 웃었다”고 말했다.
7년째 산타로 참여한 김예창(35·회사원)씨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계속 참여하게 된다”며 “올해도 많은 아이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몰래산타 대작전’은 2006년 시작됐다. 올해엔 농구 선수 한기범씨를 비롯해 탤런트 겸 교수인 이매리, 개그맨 김민수, 황영진씨 등도 참여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