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탈출 열기… ‘로맨스’는 없었다

입력 2012-12-25 10:38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17.2도까지 떨어졌지만 젊은이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솔로대첩’은 그대로 강행됐다.

한 대학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어로 시작된 대규모 단체 미팅 ‘솔로대첩’이 사전 공지대로 2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렸다. 행사 스태프들은 미리 노란 우비를 입고 근처에서 참가자들에게 매뉴얼을 나눠줬다. 매뉴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행사시작 시간인 3시10분까지 여의도공원 국기 게양대를 중심으로 여성은 왼쪽, 남성은 오른쪽에 줄을 선다. 각자 휴대전화 알람을 오후 3시24분에 맞춘다. 알람이 울리면 춤을 추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산책하러 나오셨나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같이 걸으실래요?”라고 답하면 성공이다.

오후 3시가 되자 여의도공원엔 3500명(경찰 추산)이 몰렸다. 그러나 행사 참가자는 1000여명으로 주최 측이 예상한 1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주최 측 자체경비단은 참가자 1000여명을 남녀로 나눠 줄 세웠다. 그런데 줄이 완성돼 갈수록 몇몇 참가자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남녀의 비율이 약 9대 1이었다. 위아래 짙은 회색 정장을 갖춰 입고 장미꽃까지 준비해 온 임경학(24·대학생)씨는 “흡사 우정의 무대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3시24분, 알람이 울렸다. 몇몇 참가자들이 춤을 췄지만 대다수는 멋쩍은 듯 그대로 서 있었다. 스태프들이 “시작하세요”라고 외치자 900여명의 남성들이 100여명의 반대편 여성들을 향해 밀물처럼 다가갔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렀다는 김세레나(19)양은 “남성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커플 탄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상혁(가명·23)씨와 신혜선(가명·22·여)씨는 “저녁에 홍대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졌다. 대다수 남성 참가자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정훈(28)씨는 “올해로 솔로로 지낸 지 7년”이라며 “커플이 되면 맛집도 다니고, 대화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준비해 온 선물(초콜릿)을 주머니에 넣었다.

솔로대첩을 처음 제안한 유태형씨는 “구경꾼과 참가자들이 섞여 다소 어수선하고, 여성 참가자들이 적어 커플이 많이 탄생하진 않았다”면서도 “내년 8월과 연말에 다시 솔로대첩을 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원 주변에 4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지만 당초 우려했던 성추행 등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방 곳곳에서도 ‘솔로 대첩’이 진행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솔로대첩이 진행된 부산, 광주 등 9곳의 순수 참가자는 2860명으로 집계됐다. 충북 제천, 인천, 대전 등 5곳은 참가 인원이 적어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그러나 대구에선 1, 2차 미팅에서 100여쌍의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