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벨트 매라” 권유 소극적, 귀막은 승객들 “불편하다” 외면… 버스·택시 안전띠 의무화 한달

입력 2012-12-24 21:37

시외버스·택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안전띠 착용을 고지하지 않는 운전기사가 많았고, 승객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매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기 위해 벨트 착용을 강요한 기사는 승객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외버스를 비롯한 광역급행형 버스 등을 탈 때 승객들이 모두 안전띠를 매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 택시나 버스 승객들도 안전띠를 매야 한다. 해당 택시·버스 기사가 안전띠 착용 확인을 소홀히 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인천 등을 오가는 시외버스에서는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운전 중인 기사가 직접 일어나 착용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승객은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안내방송은 무의미했다. 경기도 용인∼인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현영(25·여)씨는 “안내방송이 나오기는 하지만 모든 버스에서 다 나오지는 않았다”며 “사람들도 거의 자면서 가기 때문에 방송을 귀담아 듣지 않고, 안전띠도 불편해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인천 간 운행을 자주하는 개인택시 기사 김성남(47)씨는 “특히 밤 시간에는 술에 취해 택시를 타는 손님이 많은데, ‘안전띠를 매 달라’고 했다가 취객에게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다”며 “기분 나빠하는 손님이 많아 안전띠 착용을 권유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안전벨트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생명선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안전띠 착용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시민들도 안전띠가 자신의 생명을 지킨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