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시장 점유율 10% 넘었다… 2012년 119만대 팔아 3위
입력 2012-12-24 18:55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시장의 벽만은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11월 중국시장에서 119만8194대를 팔았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117만2318대)을 넘어선 수치다. 시장점유율 10.4%로 폭스바겐과 GM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랑동, K3 등 주력 준중형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9월에 이어 11월에도 월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중국 3공장에서 생산할 신형 싼타페까지 가세하면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의 판매 성장이 불리한 경영여건 하에서도 품질과 생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과감한 ‘역발상 경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본 완성차업체들의 고전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발표 후 중국 내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이 불거짐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8월 누적 8.4%에서 10월 10.2%까지 올라갔고 같은 기간 일본 완성차업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6.8%에서 6.5%로 급감했다.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는 40∼60%가량 급감했고 각 업체는 감산과 함께 판매목표도 애초보다 15∼25% 낮춰야 했지만 현대차 3공장은 이 무렵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경쟁 관계에 있던 일본차 시장을 잠식했다.
하지만 우익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해 일본과 중국의 분쟁이 고조되더라도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얻는 반사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를 웃돌았다”며 “중국 내 생산 규모로는 급증하는 중국 자동차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중·일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달리 현대·기아차의 일본 내 성적은 초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일본에서 판매한 차량은 지난해 9대, 올 들어 9월까지 18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시장에 진출한 이후 판매 부진으로 2009년 이미 사업을 철수, 현재는 일본 내 영업망이 없는 상황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6% 미만으로 프리미엄급 독일 브랜드 외에는 잘 팔리지 않는다”며 “가격을 제외하면 한국차들이 품질이나 이미지 면에서 일본차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아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도요타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8%에서 올해 8.16%로 늘었다. 이미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인 2010년 7.32%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4594대를 팔았던 도요타는 올해 5209대가 늘어난 9803대로 113.4%나 판매가 신장됐다. 특히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자동차 부문 한-일 무역불균형 상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