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코스피 3000P 공약 ‘空約’만은 아니다”
입력 2012-12-24 21:33
5년내 달성 공언… 리서치센터장 10명에 물었더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5년 내에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열겠다. 두고 보라”고 공언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빨간 옷의 색깔이 주식시세 전광판에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건넸다.
주식시장 전망의 최고 전문가인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3000 시대’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볼까.
국민일보가 24일 리서치센터장 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다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향후 5년간 한국 경제의 잠재력,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수치만은 아니다”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코스피 3000, 空約만은 아니다=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코스피지수가 보여 온 발전 속도를 바탕으로 ‘5년 내 3000’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2000선에 가까운 코스피지수가 5년 뒤 3000에 도달하려면 매년 8.5%씩 주가지수가 올라야 하는데, 코스피지수는 출범 이후 매년 8.5%보다 큰 폭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배당을 제외한 순수 주가지수는 1980년부터 32년간 매년 9.8%씩 성장했다”며 “산술적으로만 따져 보면 향후 5년 내 1000포인트가 오르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소득과 주가지수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고 ‘5년 내 3000’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증가할 때마다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오 센터장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이룬 1994년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를 돌파했고,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룬 2007년에는 코스피지수가 최초로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2016년 3만 달러를 돌파한다고 예측했다”며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고 내수 위축만 조심한다면 5년 내 3만 달러·3000포인트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보다는 ‘복지를 통한 성장’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똑같은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더라도 단순히 세계의 유동성을 공급받는 것보다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방식이어야 후유증이 없다는 견해였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년 내 1000포인트 상승은 어떻게든 달성 가능한 숫자”라면서도 “상대적 빈곤감을 낳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은 내수 소비에 문제를 일으키는 한계가 있고, 빈부 격차 문제가 해결돼야 증시도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저력에 향후 글로벌 환경도 우호적=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세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기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을 대표적인 코스피 반등 요인으로 꼽았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는 올해 바닥이었지만 내년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3000포인트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인해 채권 대비 주식의 투자매력이 높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몸살을 앓는 미국 경제는 2015년 말, 유럽은 2017년 말쯤 평균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 문제만 해결된다면 성장 폭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대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며 “세계 경제가 나아지면 5000포인트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 왔다는 점도 ‘5년 내 3000’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성장률이 연간 3∼5%만 되면 무조건 코스피 3000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나쁘지 않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경기부양책, 일자리 창출 정책 등이 뒷받침되면 증시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