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음 들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는 성탄절

입력 2012-12-24 18:43

사랑과 소망, 평화와 화해, 섬김과 치유의 길에 동참하길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 성탄절을 맞았다. 성탄절은 기독교 절기 중에서 부활절과 함께 가장 의미 있는 날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타락하고 죄 지은 인간에게 영원한 사랑과 소망, 평화와 화해, 섬김과 치유, 믿음과 긍휼의 손길을 내민 뜻 깊은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섬기는 모습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일본군위안부,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경북 구미 불산 피해 지역, 시리아 난민촌 등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에 순종했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전 세계에서 비싸다고 정평이 난 상황에서 부산장신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사랑 나눔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삶의 의지마저 꺾일 처지에 있는 이웃이 무수히 많은 실정이다. 차별 대우를 받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절망 속에 방치된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같은 일을 하고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직장을 구하지 못해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 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녘 동포들 모두 한국 교회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또 18대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더욱 첨예해진 지역·세대 갈등, 빈부격차,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립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도 산재해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이웃돕기에 나서는 이들도 줄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시작된 ‘희망 2013 나눔 캠페인’ 모금행사로 24일 현재 1351억원을 모금했지만 개인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고액 기부자가 급감했고, 유엔아동기금의 각국 정부 출연금과 기부금도 전년보다 7%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전 세계가 경기 한파에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소외된 이웃을 돕고 정치·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먼저 성경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누가복음 10장 27절)는 성경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할 책무가 기독교인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곳곳에서 분열과 파열음을 내고 있는 우리 사회에 화해와 통합의 가치가 뿌리내리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입술로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다짐하지 말고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경기 한파로 지갑이 얇아졌다고는 하지만 기독교인마저 사랑의 기부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가난한 이웃은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살았는지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뜻 깊은 성탄절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