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통근버스 빈좌석에 교통약자 태운다… 서울시, ‘통근버스 공유 프로젝트’ 추진

입력 2012-12-24 22:07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에 사는 임신 3개월째인 김미진(32)씨는 매일 아침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김씨가 타는 버스는 늘 만원이다. 임산부 좌석이 따로 없어 매일 한 시간여를 서서 가야 한다.

김씨는 24일 “버스 통로까지 사람이 가득 차는 데다 통근 시간에는 대부분 승객이 잠들어 있어 자리 양보를 받기 쉽지 않다”며 “일터에 도착하면 기운이 다 빠진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김씨와 같은 교통약자들을 위해 기업 통근버스의 남는 좌석 일부를 활용하는 ‘통근버스 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는 내년 1월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이르면 3월부터 시범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 출근시간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광역버스는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하루 중 교통 혼잡이 가장 심한 오전 첨두시간(피크타임)의 경기→서울행 광역버스 혼잡률은 54.6%, 서서 가는 입석률은 10.6%로 하루 평균(각 18.8%, 3.9%)의 3배에 달한다.

심할 때는 버스 앞뒤 출입구에 승객이 매달릴 정도로 버스가 꽉 찬 상태에서 운행되는 경우도 많아 대형사고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또 현행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모든 승객이 좌석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광역버스에서는 이 같은 법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통근시간 광역버스가 이처럼 혼잡한 반면 서울로 유입되는 주요 기업 통근버스는 하루 400여대로 평균 좌석 점유율은 85% 정도다. 시는 이들 통근버스에서 발생하는 2700여석의 남는 좌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하루 40여대 270여석을 임산부, 장애인, 아이 동반 승객 등 교통약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할 교통 약자는 인터넷으로 공개 모집키로 했다. 조인동 시 서울혁신기획관은 “특별한 인센티브는 없지만 사회공헌으로 기업 이미지 홍보가 되니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